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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인간의 체세포에서 핵치환을 통해 줄기세포를 만들어내는 단계에 까지 이르렀다.
동물실험에서 실제 사람에게 적용하기까지 무수한 부작용과 실패를 생각한다면 복제인간이 등장하는 것은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나오는 일이 아닐것이다.
'나를 보내지 마'는 배경은 1990년대 영국이지만 장기기증을 위한 복제인간이 도입된 약간은 비현실적인 공간이다.
즉 등장인물들이 클론이 아니라면 여느 성장소설과 별 다를 바 없는 그런 배경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캐시는 헤일셤이라는 클론들의 학교에서 같은 클론의 운명을 지닌 루스, 토미를 비롯한 친구들과 헤이리셤에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해나간다.
이들은 모두 자신들이 클론이며 아이를 가질수 없고 책이나 영화에서 보듯 평범한 인생을 살수 없지만 굳이 그것을 공론화하거나 입밖으로 내지 않으면 자신만의 슬픔과 고뇌로 승화시키며 운명을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루시 선생님이나 에밀리 선생님의 학생들에 대한 안타까움도 이들에 대한 미래를 암시한다.
공상소설이면서 성장소설인 이 책에는 여지껏 복제인간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과 다르게 복제인간의 관점에서 그들의 내적인 심리 변화에 주목한다.
영화 아일랜드처럼 극적이고 긴박감이 넘치지는 않으나 이들의 운명을 결정하게될 가해자(?)가 될수 밖에 없는 근원자, 기증자, 혹은 일반인의 입장에서는 생각지못한 또는 절대 이해할수 없는
복제인간들의 꿈과 미래, 사랑과 슬픔을 엿볼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인 Never Let Me Go 라는 노래가 소개되는 부분에서는 왠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슬픈 눈망울이 생각나면서 창조자에 대면된 사람과 마찬가지로 운명에 피동적인 피창조자의 운명과 그 체념을 느낄수 있었다.
장기 기증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심각하게 고심하지 않고 체념하며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이면에는 진실을 이미 알지만 그 진실을 정면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못하고 보아도 보지못하는 상태로 흘러가게하는 학교교육부터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우리의 삶도 진실을 직시하고 파헤치기보다 '세상 다 그렇지 뭐' 하면서 진실을 외면하려는 사람들이 훨씬 많지 않을까?
옳지 않고, 바꿔야 할 것들이 넘쳐나지만 어느새 그런 것들에 둘러 쌓여있는 현실을 깨트리고 바꾸기보다 적당히 타협하고 문제를 만들지 않고 시스템에 순응해가려는 피동적인 우리의 모습과 책속의 복제인간들의 삶과 너무나 닮아있다는 점은 저자가 말하고픈 우리의 문제점이 아니었을까..
로봇이 사용되기 전부터 로봇3원칙을 만든 아이작 아시모프처럼
복제인간이 등장하기 전에 복제인간의 권리와 의무를 생각해봐야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시 빠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