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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전설 : 서양편
아침나무 지음, 이창윤 그림 / 삼양미디어 / 2009년 9월
평점 :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건너서...'로 시작되는 연가는 어릴 때 누구나 배워 본 노래일것이다. 이 연가가 뉴질랜드의 민요인 포카레카레 아나(영원한 밤의 우정)인것을 안 것은 대학교를 졸업하고서였다. 이 전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책을 읽고서야 알았다. 저기 먼 바다건너 나라의 전설이 우리나라에서 노래로 불려지고 많이 애창됐다는 것은 사람사는 것이 어느나라나 다 비슷비슷하고 공감대로 충분히 형성되어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신화와 전설의 구분을 별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신화와 전설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저자들은 신화는 삶의 철학이며 자연의 이치를 나타내고 전설은 민족에 내재된 문화와 민족고유의 가치관을 말한다고 하였으며 사실 그 경계가 불분명하다고 했는데 참 잘 정리된 말이라 생각한다. 덧붙여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신화는 그 민족의 우수성이나 정당성을 확보하기위해 국가 또는 집권층이 주도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 (이는 특히 일본신화를 보면 알수 있을것이다.) 전설은 민족의 구성원들 전반에 걸쳐 바라거나 희망하는 영웅을 기대하기도하고 -주로 독재자를 혼내주며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젠가 이 팍팍한 삶에서 해방시켜줄 행운이나 복을 기대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게 아발론으로 가는 길이 되었든 요정이나 악마가 가지고 있던 황금이 되었든간에 말이다. 우리나라도 굳이 전설의 고향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미 호랑이나 구미호의 전설을 비롯해 그런 류의 내용들이 꽤 많지 않았던가.
아마도 처음의 전설의 원형은 이 책에서 소개한것처럼 짤막짤막하고 비교적 단순한 짧은 이야기들이었을 것이고 세대를 거듭하면서 맛깔난 이야기꾼이 말을 덧붙이거나 그때그때의 시대적 상황에 맞게 여러가지 이벤트들이 추가되었을 것이니 전설에서 시대적 상황과 앞뒤 인물간의 인과관계가 맞지 않으니 엉터리라고 비판한다면 그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전설은 말그대로 전설일뿐이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전설이나 파우스트의 전설처럼 유명한 이야기부터 신데렐라의 기원인 이끼옷 아가씨의 전설과 백설공주의 기원인 금나무 은나무 이야기도 만날수 있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자료 사진과 그림은 훌륭했지만 일부 삽화의 경우 어린이 동화책 수준의 그림이라는 것이다. 작가들이 일부러 의도했을지 모르나 좀더 멋진 그림을 그렸더라면 더 잘 어울렸을 텐데.
이 책 한권으로 영국, 독일, 프랑스및 북유럽과 동유럽을 거쳐 아메리카 대륙까지 각각의 다양하고 신비로운 전설을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특히 인디언들의 코요테 전설은 우리의 호랑이 전설과 다름없다. 아프리카에서는 사자의 전설이 있을 것이다. 또는 코끼리라도 무방할 것이고.. 또한 대부분의 불행이 비밀을 누설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신뢰의 상실로 인해 파멸과 절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 또한 우리나 그네들이나 같다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