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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게임 1 ㅣ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다소 생소한 스페인 작가인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천사의 게임'은 1930년대의 스페인을 배경으로 추리소설구도에 스릴러와 로맨스, 환상을 적절히 섞어 놓은 것 같은 신비로운 소설이다.
청소년기에 아버지를 잃은 보잘것 없는 다비드 마르틴이란 주인공이 페드로 비달이라는 친구이자 스승을 만나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후 '바르셀로나의 미스터리'라는 작품으로 명성을 얻게 되고, 이어 을씬한 분위기를 풍기는 '탑의 집'에 들어가 전업작가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던중 안드레아스 코렐리라는 의문의 편집인을 만나 10만프랑이라는 거액을 제공받고 특별한 책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러면서 일어나는 의문의 사건들과 사랑을 묘사하고 있다. 책을 쓴다는 것은 해산의 고통과도 같다는 말처럼 글쓰기의 고통에 대해 잘 서술하고 있다. 마르틴은 책을 하나씩 완성해나가는데 있어 자신의 영혼을 불사르는 것과도 같은 경험을 하게되고, 그렇게 만들어진 책은 그냥 종이와 잉크덩어리가 아닌 작가와 독자의 영혼을 담게 된다는 말을 한다. 책의 생명력은 영원하며 누군가 다시 꺼내 읽어줄때까지 묘지에서 깊은 잠에 빠진다. 이는 얼마전 읽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에서 나온 내용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데에 또 한번 놀랐다. 작가들이 자신의 책을 완성하기까지 걸린 고통과 노력, 보람을 넘어 책에 대해 품고 있는 애정을 엿볼수 있었다.
특별한 경험을 하는 주인공과 아무도 그 말을 믿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등은 스릴러나 공포영화의 내용과 유사하다. 하지만 '영원의 빛'이란 책과 연관되어 뫼비우스의 띠처럼 처음과 끝이 이어져있는 현실과 어느 것이 허상이고 현실인지 책을 덮은 지금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나의 이해력 부족인지 저자의 상상력이 너무 큰 것인지 알수없다. 아마 몇번 더 정독을 하면 지나쳤던 복선이나 배경을 잡아낼수 있을까...그리고 왜 제목이 천사의 게임인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 대체..누가 천사인가.. 오히려 코렐리는 메피스토펠레스와 같은 악마적 성격의 인물이라서 끝까지 정체를 알수가 없다.
말에는 힘이 있다는 격언처럼 각종 경전이나 기도문을 외우는 것이 악마를 물리치고 자신의 영혼에 깨우침을 준다는 내용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엑소시즘으로 신의 말과 신의 축복을 받은 물건을 이용해 악마를 물리치고, 심지어 사후에도 경전의 내용을 기억해 죽음의 고통과 불안에서 벗어나려는 이집트나 티벳의 '死者의 書'등이 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진실한 말이나 작가의 심혈을 기울인 결과물인 책이 단순한 하나의 텍스트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완성시키는데 희생된(?) 작가의 영혼과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독자의 영혼을 담은 그릇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잊힌 책들의 묘지'가 존재할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미 출간된 저자의 전작 '바람의 그림자'에서 다시금 잊힌 책들의 묘지를 엿볼수 있다니 곧 읽어야 할것 같은 의무감에 사로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