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코렝과 제프 vs 홈즈와 왓슨

밤에 걷다 ㅣ 노블우드 클럽 4
존 딕슨 카 지음, 임경아 옮김 / 로크미디어 / 2009년 6월

추리소설은 매우 흥미로운 장르임이 분명하다.
  맨 처음 접한 추리소설은 말할 것도 없이 코난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다. 바이올린과 화학실험을 즐기는 홈즈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인물이었다.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모습도 좋았지만 캐릭터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홈즈의 모든 시리즈를 읽고 또 읽었고 지금도 다시 보면 새로움을 느낀다. 존 딕슨 카라는 작가는 솔직히 처음 들어보는 작가이다. 책 뒷표지의 작가 설명을 보면 나름대로 유명한 작가이고 작품도 많이 나와있는 것 같지만 그동안은 홈즈 이외의 다른 탐정은 별로 시선이 가지 않아서인지 읽어 본적이 없었다.
 

  일단 추리소설은 어느 정도만 되도 읽을 만하다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탐정은 파리 경시청 총감인 방코랭이다.화자는 친구아들인 제프이고 그에게 책을 보냄으로서 사건이 시작된다.노련한 방코랭이 오랜 경험과 탁월한 사고력으로 사건을 파악하고 해결해가는 동안 제프는 사건의 중심에서 온갖 일을 겪으면서도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어 가는지는 알아채지 못한다. 마치 셜록 홈즈가 사건을 푸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나중에 홈즈의 설명을 듣기 전에는 알아채지 못하는 왓슨박사처럼 말이다. 코난 도일이 만들어낸 홈즈와 왓슨박사는 그 이후에 나온 그 어떤 추리소설 주인공보다도 정이 가는 인물들이다. 방코랭은 홈즈처럼 예리하고 냉철한 면이 있지만 엉뚱한 면은 없는 완벽한 경찰스타일이다. 제프 역시 젊고 활달한 조력자지만 왓슨박사 같은 끌림은 좀 부족했다. 나에게 홈즈는 탐정의 기본서 같은 존재이다. 다른 추리소설을 읽으면 홈즈와 비교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밤에 걷다"가 재미없는 소설은 아니지만 셜록홈즈보다는 덜하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중간에 계속 읽기 힘들거나 한번 덮으면 다시 펴기 힘든 건 아니지만 왠지 2% 뷰족하다고 느껴지는 건 내가 너무 홈즈를 편애하기 때문일까? 어쨌든 새로운 추리소설을 만날때마다 홈즈보다 더 좋아할 수 있는 주인공이면 하는 바램이 있지만 아직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카의 다음 시리즈가 나오면 또 읽어볼 생각은 있다. 무엇보다 읽으면서 지루하지 않았고 사건을 전개해나가는 방식이나 상황을 묘사하고 전달하는 방식은 나름대로 맘에 들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20세기 초반 파리의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고 혹시라도 다른 시리즈를 읽다 보면 방코랭을 홈즈만큼 좋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있어서다. 새롭고 즐거운 추리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반겨줄 수 있는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