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승자의 기록인 까닭에 시대적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지않다. 수많은 역사의 흐름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기록한 역사는 태생적으로 편파적이고 자기정통성을 주장할 수밖에 없는 까닭에 반대편에 선 자들은 반역자, 무능력자로 폄하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그러한 역사의 희생자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하려면 그 시대적 상황을 승자의 기록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상식적인 범위에서 유추하고자 할수 밖에 없다. 그리고 앞뒤가 안맞는 역사적 서술에 대한 단서가 추리의 단서를 제공해줄 수 있을것이다. 이 책은 특히 조선의 역사속에서 어떠한 승자의 기록이 과장되고 부풀려졌는지, 무엇이 진실인지 알아보려는 저자의 각고의 노력끝에 정리된 산물이다. 조선을 세운 변방출신 군벌 이성계는 고려를 대신할 새 나라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민왕의 죽음을 둘러싼 말도 안되는 모략을 그대로 남겨두며 역사를 왜곡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할아버지들 기록들도 미화하기 시작했다. 이성계의 형인 이원계와 장남인 방우가 고려의 충신으로서 죽음을 맞았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성계의 조선건국이 시대적 요구가 아닌 군벌의 반란으로 인한 국가전복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며, 그러한 반역으로 세워진 나라는 왕자의 난으로 이어지는 후계다툼을 벌일수 밖에 없으며 이어지는 500여년의 조선역사에 있어서 끊이지않고 계속되는 변란과 왕위쟁탈전을 벌이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한다. 반역으로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부터 왕자의 난으로 형들을 제치고 왕이 된 이방원의 역사왜곡을 시작으로 김종서-안평대군과 수양대군간의 권력구도에서 열세에 있는 수양대군이 선택한 참혹한 역사의 반란과 이어진 이징옥의 난, 중종반정과 기획반역의 희생물이 된 조광조에 이르기까지 단숨에 읽어 내려갔고, 가장 큰 역사적 변곡점이었던 선조로 부터 소현세자의 안타까운 암살과 정조의 암살사건등 왕위를 위협하는 사건들과 홍경래,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의 난에 대한 역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사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중간 중간 삽입된 왕조의 계보도는 왕후들과 그 왕자들간의 관계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실록의 내용을 틈틈히 소개하면서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상식선에서 과도하게 미화된 실록의 오류를 지적하며 실록내에서조차 다른 기록을 지적하며 저자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끌어나가고 있다. 특히 세조실록은 단종을 폐하고 왕위에 오른만큼 역사의 승자로서 미화한 부분이 적지 않아 조선왕조실록중 가장 믿을게 못된다고까지 말하는 저자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특히 보위에 오르는 일부터 이후 반역공신들에 휘둘려 남이와 이준등 왕실의 방패가 될 새로운 인재들을 중용하지 못하고 태종-세종으로 이어진 왕권강화의 기회를 포기하고 공신들에 끌려다녔다는 면에서 세조에 대한 저자의 평가는 실랄하다. 또한 조선의 촛불시위였던 송유진의 난부터 이몽학의 난까지 민심이 흉흉하고 무능력하고 탐욕스러웠던 원균의 중용으로 왜란전부터 조선의 방어력을 완전히 붕괴시키고 전란이 터지자 백성을 버리고 도주하였고 김덕령을 죽이고 이순신을 무력화하려 하였으며 전란이 끝난 후에는 광해군을 폐세자 시키려는 음모뿐 아니라 죽어서까지 인목왕후와 영창대군을 남겨 광해군으로 하여금 정통성을 위협당하게 하며 결국 반정이 일어나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기에 정말이지 역사의 진정한 반역자는 선조라고 주장한다. 조선의 건국부터 고종까지 한권으로 조선의 역사를 담았지만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흡입력이 돋보이며, 치세와 업적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자식마저도 버릴수 밖에 없는 비정한 정치의 세계속에서 반역으로 낙인찍힌 인물들에 대한 재조명이 주제인 까닭에 답답하고 안타까운 내용이 많지만 왜곡되고 곡해된 역사를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계보도를 쭉 따라가다 보니 적통으로 이어진 경우가 내 생각보다 너무 적었다. 조선만큼의 상식이 없는 고려역사에 대해서도 좋은 책이 나왔으면 하고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