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래 : 세상은 백성의 것이다 샘깊은 오늘고전 9
작자미상 지음, 윤기언 그림, 김기택 글, 강명관 해설 / 알마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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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경래의 평가에 있어서 전설이나 허구가 아닌 실존인물로의 행적을 역사에 근거해서 풀어나감으로써 과장되거나 허황된 부분을 상당부분 쳐내고 홍경래의 반군운동과정과 그 최후에 대해 100여 페이지 분량으로 간략히 서술한 책이다. 일단 두껍지 않고, 어려운 용어는 최대한 자제하였기에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은 비교적 간단히 읽고 그의 사회변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수 있기에 충분해보인다. 정.순조때의 인물에 관한 일이 왜 작자미상일까 생각해봤더니 역사를 기록하는 주류지배층의 입장에서는 반란으로 치부되는 농민의 난이므로 그 수괴임에 분명한 홍경래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사뭇 조심스러웠을 것이고 그것이 작자미상의 이야기로 내려오지 않았나 싶다.

 

  홍경래의 난은 서북지방에 대한 근거없는 푸대접과 홀대에 더해 태조를 비롯한 임금들의 노골적인 유훈등으로 지역에 대한 차별이 없어지지않고 더욱 심화된 데에 따른 지역민심의 반발과 당쟁으로 인한 관직의 독점에 따른 폐혜와 뇌물, 부패등으로 희망이 없어진 몰락한 양반의 가세, 더 이상 착취당할 것도 없는 농민, 권력과 결탁되지 못한 지역 상인들의 결집으로 민란이 폭발하게 되며 부조리한 세상을 뒤엎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에 관군의 투입과 의병들의 참여로 열세에 몰려 실패로 끝나게 된다. 이 난은 반군이 된 사람들과 그 지지세력들 뿐 아니라 그 난을 효과적으로 진압하지 못한 고을 수령들, 관군의 장수들까지 그 책임을 물을 정도로 규모가 큰 농민의 난이었다. 또한 방랑시인으로 유명한 김병연이 -일명 김삿갓- 세상을 멀리하고 자연에 파묻혀지내게 한 원인이 되었던 그 할아버지 김익순에 대한 일화도 나온다.

 

  이런 농민의 난은 주인공의 이름이나 지명만 중국식이나 유럽식으로 바꾸면 여지없이 또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맞아들어간다. 특정 지역이나 나라의 부조리와 억압, 부패를 참지 못하고 억압된 민중을 위해 몇몇 선도적인 호걸들이 일어났으나 그 준비부족과 운용의 미숙, 누설 또는 배신, 구체적인 이상향을 제시하지 못한 지지계층의 확산 부족등의 이유로 결국에는 궁지에 몰려 실패로 끝나게 된다. 이는 어느 지역 어느 나라던지 사회지배계층의 부패와 강압에 항거하려는 단체적인 저항은 끊임없이 계속되었으며 대부분 안타깝게도 미완의 항거로 끝나게되는 걸 의미한다.

 

  이러한 사회불안이 일어나는 문제점은 곧 분배의 평형성이 깨졌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소수의 권력을 가진 특권층과 그 측근들에 의해 정세는 좌지우지되기 마련이고 그 중심에 비껴난 세력들의 불만은 어느 사회에나 있어왔다. 그리고 그 간극이 점점 확대되면 프랑스 혁명같은 성공한 전세계적인 혁명이 일어나기도 하고, 홍경래의 난 처럼 실패한 국지적인 혁명도 일어나게 된다. 현재에도 좋은 대학을 나오지 못하면 성공하기는 커녕 일자리하나 얻기도 힘들기에 오늘도 강남의 집값은 오르며, 특목고를 보내려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초등학생들은 밤늦게까지 학원을 전전하고 있다.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들은 높은 비용이 필요한 고등교육을 마치고 성공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이 현상이 결코 올바르게 보이지 않는다. 이 시스템이 크게 잘못된 것은 모두 알지만 그 대안을 제시하고 현실적 실천방안을 모색하려는 영웅은 아직 나오지 않는다. 사회불안과 분란으로 여러 사회구성원 반목하지 않고 계층간 위화감을 줄이려면 이러한 사회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결코 중단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홍경래의 난이 먼 옛날 이야기로만 보이지는 않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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