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반스의 유려한 문자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줄리언 반스는 내게 익숙한 작가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작가일 것이다. 하지만 미술 전문가나 평론가가 아닌 작가의 미술책이라니. 비전문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오히려 비전문가의 눈높이에서 쉽게 저술하지 않았을까하는 기대감 또한 뒤섞여 있었다.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은 내가 태어난 해인 1989년부터 2013년에 걸쳐 영국의 미술 전문잡지 <현대 화가>를 비롯한 다양한 잡지에 실은 미술 에세이를 엮어 낸 책이라고 한다. 15년이 넘는 기간동안 미술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놓는 작가에 경외심이 들었다. 한 분야에 넓고 깊은 지식을 가지고 그것을 글로 꾸준히 표현하는 일은 쉽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펼치기 전에 많은 기대가 되었다.

특히 이 책은 미술에 대한 중간 정도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누구나 다 아는 작가(마네, 세잔, 드가 등)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작가의 작품에 대한 해설도 있어, 적당히 쉽고 적당히 어렵게 읽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평론가가 아닌 작가의 글 답게 그가 써내려가는 미술사 이야기는 소설같고도 생동감 넘치는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전문가가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어 더욱 더 좋았다.

미술에 관한 책은 여러 권 가지고 있는 나인데, 줄리언 반스의 책은 유려한 문장의 맛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그래서 더욱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미술 책을 통해 그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으니 더 나아가 그가 서술한 소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