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전기를 읽는 다는 것은 내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예술가는 특별한 재능과 영감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나의 편견 아닌 편견을 보기 좋게 깨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이 가진 1% 나은 재능을 무시할 수 없지만, 그 재능을 가공하고, 예술적인 감각을 결과물로 발현시키는 것은 엄청난 끈기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사실 메이플소프라는 예술가를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책에 선뜻 관심을 가졌던 것은, 내가 모르는 또 한 명의 예술가의 삶을 관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시각으로 사회와 현실을바라볼까, 그리고 그는 그가 가진 재능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까 더 나아가 나는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를 표현하기 위한 어떤 방법을 구현할 수 있을까하는.
솔직히 말하면 그의 삶이 나에게 준 느낌은 ‘회색빛’의 느낌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많은 사진들 속에 그는 ‘화려함’에 균형의 무게를 쏟게 하는 것과는 반대로 그의 삶은 처연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그는 부끄럼 많은 포르노 사진가 같은 느낌도 내게 주었다. 흡사 연예인들중에 의외로 내성적인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했다.
그가 에이즈에 걸리고 “명성을 감상할 만큼 충분히 오래 살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야”라고 말할 만큼, 삶의 끝이 어두운 부분도 있었지만 오히려 에이즈와 폐렴을 앓던 그 시절에 존재감이 예술계에서 두드러졌다. 예술가의 아이러니란 이런 것일까.
1960년대 이런 예술가가 나올 수 있었다는 것에 한 번 놀라고,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외설논란까지 감당했던 예술가 메이플소프. 이상한 시대를 비추는 가장 어두운 별이었던 예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