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어 그리고 내가 사랑한 거짓말들
케이트 보울러 지음, 이지혜 옮김 / 포이에마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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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일에는이유가있어 #케이트보울러 #포이에마(#김영사)

1.
저자는 예일대학교 신학대학원과 듀크대학교를 졸업하고 듀크대학교 신학대학원 조교수로 북미 기독교 역사를 가르치는 ‘번영신학자’다. 만35세에 4기 암 진단을 받고 번영신학을 연구하는 전문가로서 종교의 허구성에 대해 시원한 논리로 날카롭게 비꼰다. (번영신학은 하나님이 은행잔고, 건강한 몸, 번창하는 가정, 끝없는 행복등 우리 마음의 소망을 이루어 주신다는 대담한 주장을 펼치는 기독교 종파중 하나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개신교가 변질된 기복신앙이 된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이 책을 보며, 내가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한국의 개신교만 이상한게 아니었구나 싶었다. 다음 발췌문은 너무 우스운 장면인데 내가 몸담고 있던 개신교 부흥회에서 많이 봤던 장면이라 씁쓸해졌다.

🔖목사 부인은 놀라울 정도로 강하게 단언했다. “우리의 믿음에는 행동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질병과 가난, 응답받지 못한 기도가 사탄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자, 제가 돈이여, 내게 오소서 라고 말하면 여러분은 여러분이받아야 할 것을 하나님께 외치세요. 하나님의 복은 이미 여러분에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그 축복을 요구하세요, 요구하라고요! “(...) “돈!” 그가 소리질렀다. “이제 저와 함께 말해보세요! 돈이여! 내게 오소서, 지금!” 그러면서 목사부인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의자 밑에서 하이힐을 신은 발을 구르며 제자리에서 뛰고, 마치 하늘에서 쏟아지는 보이지 않는 지폐들을 낚아채듯 두 팔을 더 높이 뻗었다. 59

2.
내가 종교를 떠나게 된 궤적과 너무 비슷해서 공감했고 몰입해서 읽었다. 이전까지 꽤 직접적인 해답을 제시해주던(제시해준다고 착각했던) 나의 종교는, 내 인생에 이해할수 없이 벌어져버린 일에 대해서 “다 그분의 섭리안에 있는 일이고 우리는 그 분의 뜻을 헤아릴 수 없다. 크고 은밀한 이유와 계획이 있으신 분이기에 반드시 이 일로 너를 크게 사용하실 것이다. 그저 우리는 그 뜻을 알 때까지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큰 뜻이고 자시고 사용하든 말든 나는 지금이 이해가지 않고 이유가 궁금하다고! 커져가는 의문에 대한 답답함과 위로를 가장한 주변의 폭력에 교회를 나오게 되었다.
저자는 “모든일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말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해서는 안 될말이라고 지적하는데 무한 공감한다. 화재 현장에서 불에 타 죽어가고 있는 사람에게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으니 네가 거기 있게 된 이유도 있는 거야”라고 조언 할 수 있는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3.
저자는 종교의 허구에 대해, 그 안에서 위로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적인 언행들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하나님이 고난이라는 긴 여정에서 방법을 찾아주실 거라 믿었지만, 이제 더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고 한다. 하나님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의문에 대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나는 현재에 살고 있는 줄 알았지만, 현재에 뿌리를 내리고 단단한 땅에 두 발을 딛는 일은 거의 없었다. 내 두 눈은 저 너머에 있는 것, 그다음 마감일, 그다음 장애물, 그다음 계획을 찾아 바삐 움직였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삶이 더 나아질까? 다음에는 뭘 해야하지?(...) 나는 교만의 죄, 삶 자체에 둔감해지는 죄를 지었다. 186-187

결국 현재를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 현재를 살아내는 것은 신이 주시는 힘, 현대 의학의 힘이 아닌 바로 현재 안에 발 딛고 있는 ‘나’인 것이라고 말이다. 저자에게는 그것이 글쓰기였고 글을 쓰게 해준이들이었고 그 글을 읽어준 사람들이었다. #빌게이츠 가 <어떻게 죽을 것인가>, <숨결이 바람될 때>와 함께 책장에 꽂아 두었다며 강력 추천했다는 이 책. 이해할 수 없는 일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보면 시원한 위로를 받을만한 책이다.

🔖나의 소박한 계획들은 땅 위에 흩어진 부스러기다. 이것이 내가 이곳에 살면서, 터벅터벅 걸으면서, 하나님을 찾으면서 깨달은 전부다. 잘 세워진 계획은 더는 나의 토대가 아니다. (...)나는 죽는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199
🔖사람들은 의술이 생명을 지켜준다고 생각하고 싶어 하지만, 저는 글쓰기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쓸 수 있게 해준 사람들 덕분에 제가 살아있다고 믿습니다.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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