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 - 이정록 청춘 시집
이정록 지음, 최보윤 그림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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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청춘(靑春)이란?

-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이정록 청춘 시집 서평)

 

청춘은, 텃새가 철새로 날아오르는 때다.

 

새해를 맞아 새로 산 다이어리에 올해 계획을 세우고 한해를 준비하며 설레었던 기억. 추운 바람 속에서도 떨어지는 눈송이를 보며 오늘 저녁 가족과 함께 할 즐거운 외출에 대한 상상 속 기대.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19에 이 셀렘과 즐거움과 기대가 모두 사라져 버린 올해 연말에 어느덧 사라진 청춘의 기억에 쓸쓸하고 아직 오지 않는 미래의 내가 불안한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시집이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나에게>는 학교에서 청소년을 가르치며 부지런히 일상을 관찰하고 자신을 성찰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담은 시집이다. 교사라는 직업은 한해 두해 경험이 쌓여가여 연륜과 지혜가 무르익어 가지만, 3월 교단에 선 첫 순간은 항상 새로운 청춘(靑春)을 만난다.

 

성숙(成熟)과 청춘(靑春)

 

저자의 청춘을 함께 한 아이들은 학교를 나서 어느새 사회에서 자신의 공간과 시간을 삶으로 채워가고 있지만 청춘을 바친 저자의 일상에는 항상 새로운 청춘들이 가득하다. 학교 앞 분식을 친구와 나눠 먹으며 티겨태격하는 모습, 책 속에 머리를 박고 열공 중인듯 가득찬 생각에 엎드린 아이들, 하루 스물네 시간 중 네시간만이라도 너 자신을 위해 쓰라고 부탁하고 싶어지는 하루, 짜장면과 단무지, 꼬마 햄버거와 오징어 튀김, 배배 꼬인 꽈배기, 욕을 만들어 주는 성적표, 봉사활동과 수행평가 등등 모두의 추억이자 현실이 꾸밈없이 펼쳐지며 잔잔한 미소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러다 보면 찬밥과 청춘의 유일한 공통점인 물에 말아먹기 쉽다는 글귀에 씁쓸하게 웃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쓰러진 엄마를 안고 전화하는 아이의 모습이 막막하게도 하며, 익숙한 일상에서 멀어져 혼자 날아가는 날라리벌을 보며 응원하고 싶기도 하다.

이렇게 저자의 일상을 함께 따라가면 수많은 청춘들의 희노애락을 함께 하다 보면 독자들은 알게 될 것이다. 삶은 살림살이이고, 사랑과 구원이 서로를 살리고 삶을 살아가게 한다는 것을. 가끔 벽을 만나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어도 벽의 뿌리에 이마를 들이대고 바닥으로 바닥을 넘으면 울다가 죽고 싶은 날이 있어라고 희망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많이 힘든 요즈음이다. 일상이 붕괴되고 가족이 해체되고 미래가 불안해서 코로나 블루에 이어 코로나 레드까지 우리를 잠식해가는 요즈음에 비록 작고 얇은 시집이지만 그 안에 따뜻하고 소중한 이야기들이 이 시기를 현명하게 헤쳐나갈 힘이 되어 주기를 바라며 주말에 따뜻한 차 한잔과, 추억을 담은 영화를 보며 이 시와 함께 하기를 권하고 싶다.

 

희망! 그래 이렇게 비우는 거다. 우는 거나. 가슴을 키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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