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숨결이 바람 될 때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8월

죽음 앞에서 거의 대부분의 인간들이 자신의 초라함과 연약함을 느낀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 후회와 아쉬움에 대한 한숨을 마지막으로 하고 이별을 맞이한다.

그러나 서른 여섯의 젊은 의사 폴은 오히려 삶의 순간 앞에서 지내던 과거보다 죽음 앞에서 더 많은 일들과 의미 있는 일들을 하기위해 애쓰다가 그의 마지막을 맞이했다.

무엇이 이 사람을 이렇게 죽음 앞에서 더 열정적으로 만들었을까? 죽음 이후의 두려움보다, 죽음이라는 마지막 앞에서 폴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침대 위의 마네킹이 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우리네 인간들이 항상 이 폴의 이야기를 기억하면서 우리의 하루를 보낸다면 얼마나 더 생산적인 일, 가치있는 일들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죽음을 앞에 두고 사는 이처럼,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만 없기에 더 집중하며 순전한 마음으로 일분일초를 대한다면 얼마나 대단한 일들이 만들어질까?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러나 나는 나아갈 거야’ 라는 이 책 속에 작은 대목은 폴의 의지가 얼마나 확고한지, 얼마나 대단하지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한 편으로 폴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자신의 마지막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것 이상으로 알뜰하게 사용하고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었을까? 라는 궁금증은 계속적으로 나의 의구심을 자아내게 한다. 신앙일까? 아니면 개인적인 목표? 가족애? , 어쨌든 폴은 자신의 이러한 상황에서 마지막 다운 마지막을 준비하기에 이르고 모든 이들에게 희망스런 마지막을 보여주고 세상을 떠난다.

폴이 이 책의 중간 즈음에 자신이 지금까지 환자로서 환자를 알지 못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리고 그 고통을 추상적으로 알았던 자신의 의사라는 위치를 다시 생각해 보는 장면이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 역시 내가 나의 고객, 나의 사람들을 더 이해하기 위한 사람이 되어야 함을 생각해 보게 된다. 죽음 앞에서,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느끼는 아쉬움은 있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며 만난 사람들을 마지막이라도 제대로 이해하고 떠나는 그의 마음은 한결 가벼웠을 것이다.

한 사람의 귀한 죽음 앞에 그리고 그 죽음에서 보여준 멋있는 용기와 대담함을 통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얼마나 가치있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임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