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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미분이 될까요 - 점에서 무한까지, 나를 만나는 수학 공부
반은섭 지음 / 궁리 / 2020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_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수학자의 고민. 우리는 흔히 인문학을 감성의 영역으로, 또 수학과 과학을 이성을 영역으로 나누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통념으로부터 아주 유연하게 벗어난다. 하나의 영역에서 그 하나를 가만히 바라볼 때, 그 시간이 쌓이고 쌓이면 이것과 저것의 경계는 쉽게 흐려지기 마련이다.
_수학 교사이자 수학교육 연구자인 저자. 그는 수학을 가르치는 일뿐만 아니라 수학을 연구하고 수학과 삶을 접목시키는 역할을 한다.
_나에게 수학은 늘 어려웠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학문이었고 도전 보단 포기가 쉬운 영역이었다. 이해와 배움이 조금 늦었던 나는 시험지를 제출한 후 풀이가 생각나 혼자 아쉬워했었다. 내가 느낀 이러한 아쉬움과 어려움을 저자는 이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수학은 추상의 영역을 수와 기호로 정립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_책에 따르면 사람들이 1의 개념을 이해하기까지 수천 년이 걸렸다고 한다. 지금의 우리에게 1과 하나라는 개념은 쉽지만, 과거의 인류가 1과 하나를 인지하기까지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쌓이고 수정되고 연구되어 온 수학은 우리에게 어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_"잘 모르겠으면 미분하세요"
미분은 함수의 차수를 낮추는 것으로, 수의 변화(함수)를 더 단순하게 하는 것이다. 이 책엔 미분과 적분뿐만 아니라 많은 공식과 수학자들이 나온다. 하지만 그것들은 우리에게 어떤 지식을 주지 않는다. 저자는 다만 그것들을 통해 미분 하는 삶, 즉 단순해지고 반성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학자들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수백 년 전 정립된 식을 후대의 누군가가 수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학은 자주 수정되고 변형되었다. 수학이 일련의 과정을 거쳐 완성되고 보완되듯 우리 삶도 마찬가지이다.
_무한과 점을 지나 변화하고 연결되는 삶. 소수가 모여 큰 수를 이루듯 세상 역시 아주 작은 인간이 모여 만드는 것이다. 무한한 세상 속에 던져진 유한한 인간(서문 중). 그 인간은 평생에 걸쳐 자신과 삶에 대한 고민을 이어간다. 우리가 쉽게 포기하고 외면하려는 수학에서 삶의 지혜를 발견한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수학에 대해 가졌던 편견도,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은 나의 하루도 조금은 밝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_미분하려는 태도(미니멀리즘)와 거듭된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는 자세, 그 속에서 직관이 가진 힘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