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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음성같이 옛 애인의 음성같이 - 김승희가 들려주는 우리들의 세계문학
김승희 지음 / 난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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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음성같이, 옛애인의 음성같이> 라는 제목처럼 따스함이 녹아있는 책입니다. 52권의 세계문학을 통해 내가 보지 못한 것을 읽어내고 짚어주는 목소리. 그 목소리를 통해 이미 읽었던 작품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독서가 두려운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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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강경수 지음 / 창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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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기사(서울일보, 윤태희 기자)에서 북극곰 가족이 찍힌 사진을 봤다. 설원 위에서 잠자는 어미와 서로 뒹굴며 장난치는 새끼 북극곰 두 마리. 야생동물 사진작가인 ‘브라이언 매슈스’는 영하 65도까지 떨어지는 매서운 추위를 버틴 끝에 북극곰 가족의 귀여운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기사 내용 인용)

북극곰은 귀엽다. 새끼 북극곰은 더 귀엽고 사랑스럽다. 사람들은 귀여운 것을 좋아하고 만지고 싶어 한다. 하지만 동시에 북극곰은 야생동물이다. 무한도전에서 언젠가 정준하는 “북극곰은 사람을 찢어요” 라고 말했다. 그렇다. 북극곰은 귀엽지만 무시무시한 존재이기도 하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날, 눈보라가 태어났다. 기후 위기 상황 속에서 눈보라는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인간이 사는 마을로 내려온다. 그리고 그 속에서 신문 기사를 하나 발견한다. 신문 속 판다는 그 존재 자체로 사람들에게 귀여움을 받았다. 하지만 눈보라는 그 존재 자체로 사람들에게 위협을 받았다. 사람을 피하다 눈보라는 진흙에 뒹굴고 그 진흙을 제 몸에 덕지덕지 발라 판다 흉내를 낸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마을에 좋은 일이 생길 징조라며 좋아했다.

거짓은 금방 들통 났다. 사람들은 눈보라를 만졌고 눈 주위를 칠했던 진흙이 점점 닦였다. 눈보라가 북극곰의 모습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다시 총구를 겨눴다. 눈보라는 사람들을 피해 다시 달린다. 두 발 아닌 네 발로, 두 발 짐승을 피해 눈보라 속으로 몸을 숨긴다.

동물은 사람에게 귀속된다. 사람은 고기도 먹고 풀도 먹는 존재라 다소 잔인한 방식으로 사육하고 도살한다. 남은 털로는 옷을 만들고 때론 옷을 만들기 위해 살아있는 동물의 털을 뽑기도 한다.

지구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 인간은 언제부터 지구를 제 것이라 여기게 되었나. 누군가가 환경 운동을 펼칠 때, 누군가는 일회용품을 사용한다. 누군가 동물권을 보장하라 시위할 때, 누군가는 펫샵에서 아주 작은 강아지를 산다. 구석에 놓인 길고양이 밥에 누군가는 고춧가루를 뿌리고 때론 화살을 쏘기도 한다.

동물이 인간에게 귀속 되지 않는 사회가 되길 원한다. 인간이 지구를 인간만의 것이라 여기지 않길 원한다. <눈보라>는 그것들을 담고 있다. 판다에겐 환호하면서 북극곰에겐 모진 시선을 던지는 모습. 그 속에서 아이들 역시 어른들을 따라 모진 말을 뱉고 돌을 던진다. 기후 변화는 동물들의 탓이 아니다. 굳이 탓을 하자면 인간의 탓이라 하는 게 더 맞다.

부모와 아이가 <눈보라>를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면 좋겠고 그럴 것이라 여긴다. 더 이상 눈보라가 쓰레기통을 뒤지지 않길, 두 발 달린 짐승을 피해 네 발로 눈보라 속을 뛰어가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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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미분이 될까요 - 점에서 무한까지, 나를 만나는 수학 공부
반은섭 지음 / 궁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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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_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수학자의 고민. 우리는 흔히 인문학을 감성의 영역으로, 또 수학과 과학을 이성을 영역으로 나누려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통념으로부터 아주 유연하게 벗어난다. 하나의 영역에서 그 하나를 가만히 바라볼 때, 그 시간이 쌓이고 쌓이면 이것과 저것의 경계는 쉽게 흐려지기 마련이다.

_수학 교사이자 수학교육 연구자인 저자. 그는 수학을 가르치는 일뿐만 아니라 수학을 연구하고 수학과 삶을 접목시키는 역할을 한다.

_나에게 수학은 늘 어려웠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학문이었고 도전 보단 포기가 쉬운 영역이었다. 이해와 배움이 조금 늦었던 나는 시험지를 제출한 후 풀이가 생각나 혼자 아쉬워했었다. 내가 느낀 이러한 아쉬움과 어려움을 저자는 이해한다. 그도 그럴 것이 수학은 추상의 영역을 수와 기호로 정립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_책에 따르면 사람들이 1의 개념을 이해하기까지 수천 년이 걸렸다고 한다. 지금의 우리에게 1과 하나라는 개념은 쉽지만, 과거의 인류가 1과 하나를 인지하기까지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쌓이고 수정되고 연구되어 온 수학은 우리에게 어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_"잘 모르겠으면 미분하세요"
미분은 함수의 차수를 낮추는 것으로, 수의 변화(함수)를 더 단순하게 하는 것이다. 이 책엔 미분과 적분뿐만 아니라 많은 공식과 수학자들이 나온다. 하지만 그것들은 우리에게 어떤 지식을 주지 않는다. 저자는 다만 그것들을 통해 미분 하는 삶, 즉 단순해지고 반성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학자들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수백 년 전 정립된 식을 후대의 누군가가 수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수학은 자주 수정되고 변형되었다. 수학이 일련의 과정을 거쳐 완성되고 보완되듯 우리 삶도 마찬가지이다.

_무한과 점을 지나 변화하고 연결되는 삶. 소수가 모여 큰 수를 이루듯 세상 역시 아주 작은 인간이 모여 만드는 것이다. 무한한 세상 속에 던져진 유한한 인간(서문 중). 그 인간은 평생에 걸쳐 자신과 삶에 대한 고민을 이어간다. 우리가 쉽게 포기하고 외면하려는 수학에서 삶의 지혜를 발견한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수학에 대해 가졌던 편견도,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은 나의 하루도 조금은 밝아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_미분하려는 태도(미니멀리즘)와 거듭된 실패에도 포기하지 않는 자세, 그 속에서 직관이 가진 힘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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