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 워크 -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
이얼 프레스 지음, 오윤성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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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워크 #이얼프레스 #한겨레출판

💟 추천 독자
노동의 불공평함에 관심이 있는 사람
비도덕적으로 이루어지는 산업과 그 종사자들의 트라우마를 알고 싶은 사람
시스템의 도구 혹은 피해자에 대해 생각해보고픈 사람

💟 한 줄 후기
더티 워커와 선량한 시민 중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


이얼 프레스의 『더티 워크(DIRTY WORK)』는 다수가 기피하는 직업군에 속한 사람들과 그들에게 기대어 문제를 묵과하는 ‘선량한 사람들’, 사회 시스템이 짊어져야 할 부담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며 ‘나쁜 노동자’를 만드는 사회구조를 담은 책이다. 총 4부로 나뉜 책은 교도소 내 정신병동 근무자와 드론 전투원, 도축 산업 종사자의 노동 환경에 주목하고 그들이 그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노동 현장에서 얻은 트라우마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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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5 "난 세상 이쪽에는 옳은 일이 있고 저쪽에는 그른 일이 있다고, 옳고 그름은 그렇게 나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옳은 일을 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언제나 옳은 일을 할 거라고도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그들은 애초에 옳은 일을 하고 싶어서 그 자리에 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중략) '나는 시스템의 피해자였을까, 아니면 시 스템의 도구였을까? 난 어느 쪽에 섰던 것일까?'

p.195 그러므로 도덕적 외상은 "근본까지 닿아 있는 도덕적 신념을 위배하는 행위를 스스로 행하거나 막지 못하거나 목격하는 일"과 관계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산업재해다. 더티 워크를 하는 대다수의 노동자들이 이러한 산업재해를 당한다.

p.322 에버렛 휴스의 말을 빌리면, 더티 워커는 "우리 모두의 대리인"으로서 사회의 다수 시민이 암묵적으로 동의한 불미스러운 일을 수행하는데도 위임자인 우리는 더티 워커에게 거리를 두고 그들을 멸시한다.


더티 워크는 곧 ‘나는 하기 싫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책에서는 그 예시로 미국 내 교도소 직원과 드론 전투원, 도살업자, 시추 작업자, 실리콘 밸리의 화이트 칼라를 보여준다.

화이트 칼라를 제외한 앞의 직업군은 다수가 기피하는 일이자 우리 국민이 아닌 이주민, 즉 가난한 자들이 주로 선택하는 직업이다. 작가는 산업 내 종사자를 만나 그들이 겪은 노동 환경과 그 직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들으며 가난한 자들에게 피를 묻히는 사회 시스템의 어두운 면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나아가 그들의 노동력으로 깔끔하게 도축된 고기를 먹는 ‘선량한 시민들’에게도 더티 워크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

이 책은 미국 사회 속 더티 워크로 치부되는 직업을 조명하고 있기에 약간의 이질감을 느낄지 모르겠으나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 시스템과 그것을 방관하는 시민들을 고발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시스템의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고민하며 악몽을 꾸는 이들에게, 정말이지 우리의 책임은 단 하나도 없는 것인가 스스로 돌아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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