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날들의 기록 - 철학자 김진영의 마음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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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날들의기록 #김진영 #한겨레출판

💟 추천 독자
헛헛한 마음을 채우고 싶은 사람
느린 독서를 지향하고 사랑하는 사람
삶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는 사람

💟 한 줄 후기
삶은 끝없는 가여움을 안고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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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김진영의 산문집 『조용한 날들의 기록』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선생이 써내려간 산문을 엮어 편집한 책이다. 700쪽이 넘는 책 속에는 선생의 하루가 있고, 그 하루에 담긴 삶과 예술, 인간과 스스로에 대한 생각과 철학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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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0 상실감은 히스테리를 불러낸다. 당연한 일이다. 이런 삶의 구조 안에서는 모든 상실들이 부당하고 억울한 것일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부드러운 상실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더 이상 악착같이 붙들지 않기, 더 이상 못 잊어서 애태우지 않기, 더 이상 집요하게 회복하려고 하지 않기, 그냥 놓아 보내기, 떠난 것을 떠남의 장소에 머물게 하기, 그렇게 부드럽게 상실하기-그렇게 상실을 기억하고 성찰하면서 자기를 유지하기.

p.79 생은 자꾸만 끊어지는데 사랑은 자꾸만 잇는다.

p.135 언제나 나는 나에 대해서 말하기를 그만둘까. 이 끝날 줄 모르는 가여움.

p.345 에세이에서 반드시 명시할 것: 기억한다는 것, 잊지 않는다는 것, 그건 울지 않는다는 것이다.

p.703 나는 타자를 혐오하면서 욕망한다. 오래된 나의 사랑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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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를 혐오하면서 욕망하는 선생의 사랑 방식, 스스로에 대한 연민과 가여움을 숨기지 않는 삶의 태도, 찰나의 순간에도 사그라들지 않은 깊은 사유. 몇 해 전 읽은 『아침의 피아노』에서도 이렇듯 깊은 감동을 느꼈는데, 이번에도 선생의 글을 통해, 삶을 통해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얻는다.

선생의 단상 속에는 내가 놓친 나의 하루가 있고 내가 있다. 선생의 글은 그리 길지 않음에도 페이지를 넘길 수 없게 하고, 자꾸만 그 자리에 주저 앉힌다. 이곳에 없는 선생은 어느새 나의 옆에 와 가만히 어깨를 내어주고 나는 그 어깨에 기대어 잠시 마음을 꺼낸다. 차가운지도 뜨거운지도 모르는 그것을 햇볕 아래 놓고, 마음껏 잊는다. 느리게 흘러가는 하루와 바쁜 내 마음 사이에서 선생은 그렇게 나를 잡고, 위로해준다.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 할 수 없을 때, 몰락과 구원 사이에서 헛헛한 마음이 들 때 이 책을 펼쳐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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