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작하는 자화상 - 당당하게 도전하는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 지금 시작하는 드로잉
오은정 지음 / 안그라픽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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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 하늘을 나는 새에 대한 관심부터 바닥을 기는 개미와 온갖 벌레에 대한 관심까지. 인간은 늘 무언가를 바라보고 생각하고 궁금해한다. 궁금한 마음은 관찰이 된다. 같은 꽃을 바라보더라도 깊게 바라보게 되고 오래 바라보게 된다. 꽃에 대한 관찰이 깊어지면 꽃이 있는 곳에 찾아가게 된다. 발견과 함께 탄생한 호기심은 관찰을 지나 사랑이 된다. 그렇다면 인간이 가장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 모두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나는 그것이 '나' 자신이 아닐까 싶다.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고민은 자연발생적이다. 조금 자란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고민하고 나의 미래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내 손에 달린 손가락과 비슷하지만 다른 얼굴들. 어릴 때와 달리 나이를 한두 살 먹으며 그 고민은 더욱 짙어지는데, '나'라는 존재가 자유분방했던 어린 시절과 달리 점점 어른이 되어 가는 내게 주어지는 무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직장인으로서의 나, 부모로서의 나, 연인으로서의 나, 가족 내에서의 나 등. '나'는 하나인데 내가 맡아야 할 역할은 자꾸자꾸 늘어간다.

늘어가는 '나' 덕분에 원래의 '나'는 점점 작아진다. 작아지고 작아지고 작아지다 보면 어느새 아주 깊은 곳으로 숨어버리기도 한다. 작아진 '나'를 펴고, 어둠 속으로 숨은 '나'를 찾는 일. 작가는 그에 대한 방법으로 깨끗하고 환한 종이를,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을, 나아가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넌지시 내민다.

p.20 내 얼굴을 그려본다는 건, 생략되고 누락된 과정을 재생시키는 것과 같다. 그 과정에서 시간도 걸리고 부정하고픈 흉터도 발견하겠지만 그런 나를 찬찬히 대면하면서 무언가 밝아짐을 느낀다. 그 빛을 따라가다 보면 그간 희미하게 보이지 않던 나만의 진짜 얼굴도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나'를 찾는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아주 조금의 '나'라도 발견할 것이고 누군가는 빈손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손에 든 것이 있든 없든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찾고 있다는 것, 깊이 숨어든 천진난만한 나를 찾으려 노력 중이라는 것. 나아가 나의 다른 쪽 손을 잡아줄 누군가에게도 뻗어줄 손이 있다는 것. 그러다보면 언젠간 나와 나, 너와 너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전에 순수한 눈으로 나와 너를 바라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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