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없이 메이저 없다 - 풀꽃 시인이 세상에 보내는 편지 아우름 50
나태주 지음 / 샘터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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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 날이 있다.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듣고 나누며 서로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싶은 날이. 그런 날에 카톡 친구 목록을 주욱 살피면 내 마음을 터놓을 사람은 보이지 않고, 너무 갑작스런 연락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말을 나누고 너의 말을 듣고 싶은데, 그걸 나눌 너가 없다.

세상이 바빠지고 각자의 삶이 중요시되며, 우리 사이엔 벽이 생겼다. 소통의 부재인지 소통의 과다로 인한 부작용일지 모를 어떤 벽이. 그럴 때면 책을 뒤지고 오래된 말을 찾았다.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문장이 주는 위로와 환기도 크지만 가끔은 익숙하고도 평범한 위로가 듣고 싶어서. 하지만 오래된 말이라 해서 생각조차 오래 된 건 아니었고 마냥 쉬운 것도 아니었다. 누군가의 생각이나 말은 늘 어려웠다.

'풀꽃 시인'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 그거 건네는 젊은이들을 향한 편지. 그의 시는 쉬워서 때론 페이지를 그냥 넘기게 하지만 그의 말 속엔 내가 찾던 위로가 있어서 쉽게 넘길 수 없었다. 어쩌면 보편적이고 불가능에 가까운 위로. 그것이 나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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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한 외모만큼이나 따뜻한 시를 쓰는 시인은 젊은이들을 향해 편지를 쓴다. 스스로를 늙은 사람이라 부르며, 선하신 귀를 열어달라고 한다. 가는 말이 있어도 듣는 귀가 없으면 그건 혼잣말이 되고 허공을 부유하는 공기와 섞인다. 그이 말이 떠도는 말이 되지 않도록 독자는 시인의 부탁대로 귀를 열어야 한다.

p.47 나의 생각은 그렇습니다. 성공이란 자기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것도 청소년 시절에 자기가 꿈꾸었던 자기를 늙은 나이에 만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 자신도 지금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중입니다, 그렇게 말합니다.

p.53 당신도 이쯤에서 자기가 무엇을 정말로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고, 무엇에 열정을 바칠 수 있나를 생각해 보기 바라요. 그리고 그 일을 중간에서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요.

시인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 그것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태도, 청소년기에 꾸어야 할 동사형의 꿈, 남들의 속도가 아닌 제 속도를 찾고 유지하려는 태도를 강조한다. 그러다 문득 청소년 시절 내가 바랐던 내 미래를 떠올렸다. 우유부단한 나는 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그걸 밀고 갈 끈기가 부족했고 그러한 태도를 고치고 싶어했다. 성인이 된 지금에야 기르고 있는 끈기. 영혼이 맑은 시절, 혹은 가장 혼탁하고 어지러웠던 시절에 꿨던 꿈. 하지만 그 하나가 잘 되지 않아 힘들다면 가끔은 그 주변 길을 걷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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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럴 듯한 위로, 나이가 있으니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 말들. 하지만 가끔은 그런 보편적인 말들이 위로가 될 때가 있고 그 말을 통해 용기를 얻을 때가 있다. 물론 결혼과 불로소득에 관한 조언에 있어서는 귀가 잘 열리지 않았다. 나 하나도 책임지기 힘든 세상에 아이를 낳는다는 건, 불로소득에 관심 가지지 않는다는 건 그 아이에게도 짐이 되지 않을까요, 선생님. 문득 묻고 싶어졌다.

가장 짙게 드는 생각은 누군가를 배려하며 올바른 길을 걷고 잘 살아보겠다는 마음. 젊은 나의 귀는 자주 열렸다 닫히지만 이왕이면 타인을 향해 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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