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을래, 고양이 미이처럼
esk 지음, 전경아 옮김 / 대원앤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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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면 눈을 뜨고 저녁이면 잠에 드는 하루. 사람들의 아침은 바쁘고 분주하며 정신 없다. 반면 고양이의 아침은 잠으로 시작된다. 새벽 내내 밤을 지킨 고양이들은 몸을 쭉 늘이고 눈을 감는다. 밥도 먹지 못하고 빈속으로 출근하고 등교하는 아침. 인간의 하루는 분주하다.

무기력증과 울적함으로 집순이 맥스를 찍었던 어느 해, 나는 한 달 동안 사람도 만나지 않고 마당과 옥상 정도만 나갔다 들어왔다. 모두 열심히 사는 세상에서 나는 정지된 채 하루를 부유했고 새벽이면 말똥말똥해진 두 눈으로 빛 바랜 야광별을 들여다봤다. 그걸 보고 있으면 그냥 보낸 내 하루가 생각났고 그럼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나름의 루틴을 세우고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었다. 무기력함과 게으름으로 하루를 물들이고 싶지 않았다. '돌아가지 않겠다'는 생각은 강박이 되었고 내게 스트레스를 줬다. 나는 잠시 멈춰 생각했다. '열심히'와 '쉼'이 잘 섞인 하루를 보내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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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잘 쉬는 게 삶의 목표인 고양이 '미이'. '미이'는 타인에 맞춰 하루를 보내는 제 친구 고양이들과 인간에게 매우 쿨한 태도와 답변을 보낸다.

p.15 인간은 참 이상해. 하고 싶은 일은 죽어라 참으면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은 기를 쓰고 열심히 하지.

p.17 보통? 그게 뭔데? 그걸 누가 정하지? 댁이 왕이라도 돼?

p.51 나라도 내 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칭찬해주고 있는 중이었지.

p.65 평소에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때로는 그냥 좀 쉬어도 되지 않나~

인간은 하루를 '아주 열심히' 살아낸다. 먹고 살기 위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열심히 하며, 그것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꾹꾹 참아내며. '이건 꼭 해야 해, 저건 잠시 미뤄둬 돼.' 하며. 하지만 '꼭 해야 하는 일' 중 정말로 꼭 해야 하는 일은 없을 때가 있고, 미뤄야 할 일들에 그것이 섞여 있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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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아도 내 집 하나 구하기 힘든 세상에서, 어떻게든 내 몸 하나 먹고 살려면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게 맞는 방법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가끔은 열심히 산 내게 "괜찮아, 이 정도면 조금은 쉬어도 돼." 라고 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 '미이'처럼 말이다.

글씨를 쓰기 위해 아이의 손가락이 빨개지는 것처럼,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 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처럼, 열심히 일한 하루 끝에 잘 쉬기 위해선 하루하루 잘 쉬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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