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문학동네 청소년 53
전삼혜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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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궤도의 밖에서, 나의 룸메이트에게> (전삼혜, 문학동네)

_무언가의 기준은 빠른 구분과 정리를 돕는다. 옷을 정리할 때나 꽃의 종류를 구분할 때처럼 말이다. 많은 표본의 예시가 되고 구분점이 되는 기준은 삶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그 기준이 무언가를 가르고, 나누고, 선을 그을 때 궤도의 안과 밖이 형성되기도 한다.

▶ 줄거리
_이 책의 주인공은 모두 십대 청소년이다. 달에 쓴 글씨를 지우기 위해 달로 향한 리아와 그의 룸메이트 세은, 아주 큰 키로 리아와 춤췄던 시간을 기억하는 제롬, 지뢰로 양 다리를 잃었지만 친구 슈로 인해 제네시스 학교에 오게 된 리우, 플랜을 통해 행성 좌표 데이터를 속이는 단과 한때 제네시스 학교의 학생이었던 누나 루카(캐롤린). 이들은 제네시스에 입학할 수 있는 세 가지 조건을 통과한 자들로,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에 큰 역할을 한다.

_학교를 설립한 제네시스에겐 꿈이 있다. 그건 바로 지구와 소행성을 충돌을 막는 것. 그는 지구로 날아드는 소행성을 막기 위해 달의 땅을 사들여 그곳에 메시지를 남기는 ‘문라이터’ 사업을 펼친다. 그것으로 얻은 수익은 소행성을 공격하는 무기를 만드는 데에 쓰이고, 동시에 그는 재능 있는 연구자를 키우기 위해 세 가지 입학 조건을 내건다. 열두 살부터 열다섯 살 사이의, 후견인이 없는, 제네시스의 원격 테스트를 통과할 만큼 똑똑한(p.42) 아이들만을 입학시키겠다고 말이다.

_제네시스는 ‘신’을 만들어 우주 지도를 조작한다. ‘신’이 만들어짐으로써 궤도는 수정되고, 행성의 개수 역시 하나 더 늘어난다. 수정된 지도와 궤도에서 제네시스는 신을 믿지만, 신은 모든 것을 지켜주지 않는다. 소행성은 점점 지구로 향하고 아이들은 다짐한다. 지구로 향하는 소행성이 제네시스 학교와 자신들이 있는 섬으로 떨어지게끔 말이다.

▶생각
_이야기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누군가의 기준에 의해 궤도 밖에 놓여 있다. 그들은 궤도 밖에 놓여 있다는 이유로 제네시스 학교에 입학할 자격을 얻지만, 자격을 얻었다는 이유로 평생 나가지 못할 섬에서 소행성과의 충돌을 막는 데 힘을 다 한다.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은 죽음을 넘어 지구의 멸망, 종말을 뜻한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암흑만이 남은 지구. 이러한 종말론적 상황은 궤도의 안과 밖을 없애고, 기준을 세워 나눈 선을 지우며 모든 것들의 경계를 없앤다. 경계가 없어진 상황에서 아이들은, 섬 밖과 지구 밖의 소중한 이를 위해 자신들의 내일을 아끼지 않는다.

_소중한 것은 나의 사랑을 필요로 한다. 나의 사랑으로 둘러쳐진 소중한 것은 다시금 나의 힘에 의해 보호된다. 그렇기에 소중한 것은 우리를 강하게 만들고 행동하게 한다. 기준에 의해 자격을 얻고 그 자격으로 인해 외롭게 지내야만 했던 아이들. 그 속엔 그들의 우정과 연대와 사랑이 있고 간절함이 있으며, 궤도 밖에 있으면서도 궤도 안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쏟아 붓는 열정과 노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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