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트렁크 팬티를 입는다 - 까탈스런 소설가의 탈코르셋 실천기 삐(BB) 시리즈
최정화 지음 / 니들북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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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나는 나를 얼마만큼 알까?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원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나’라는 개체는 하나이면서도 하나 이상이다. 어제 좋았던 것이 오늘 싫을 수 있고 어제까지 싫었던 것이 오늘은 괜찮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에 대해 자신 있게 말했던 것을 수정해야 할 때가 있다. 나를 아는 과정은 계속 된다. 삶이 지속되는 한, 나는 나를 알아가야 한다.

_‘탈코르셋’은 내 몸에 코르셋처럼 달라붙어 있는 불편한 것을 벗어던지는 행위이다. 흔히 ‘탈코’라고도 불리는 그것은 곧 나를 위한 일이자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내 몸을 감싸고 있는 불편함을 벗어던지는 일. 이것은 남자와 여자 모두에게 적용된다.

_저자 역시 몸의 자유와 해방을 위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나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그런 과정에서 그는 브래지어를 벗어던지고 삼각팬티 대신 트렁크를 입는다. 자신의 몸에 난 털과 콧수염을 인정하게 되고 굳이 화장하지 않는 날을 이어간다. 책을 읽다보면 삶에서 덜어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목적으로부터 벗어난 것들이 꽤 많다는 걸 알게 된다. _p.33 콧구멍을 막지 않고 원래 생긴 대로 뚫려 있게 두면 더 많은 산소를 들이마실 수 있고 답답하지 않은 것처럼, 브래지어를 벗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산소를 마실 수 있다. 숨이 잘 쉬어진다. 가슴이 편안하다. 그래서 하지 않는다.

_p.60 여성이 트렁크 팬티를 입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내가 트렁크 팬티를 입기 시작하면서 달라진 점은 겉옷의 변화다. 겉옷에 맞춰 속옷을 입지 않고 속옷에 맞춰 겉옷을 입는다.

_p.72 지금은 콧수염이 신경에 거슬리지 않는다. 가끔은 콧수염을 밀기도 한다. 마음이 가벼워지고 싶을 때 머리를 짧게 자르는 것처럼, 산뜻한 기분을 내기 위해서 코밑을 정리할 때가 있을 뿐, 콧수염의 존재에 대해 진지해지거나 심각해지는 일은 거의 없다.

_우리 사회는 어려서부터 성별에 따라 역할을 부여한다. 하지만 분홍색을 좋아하는 남자애도 있고 파란색을 좋아하는 여자애도 있다. 활동적인 걸 좋아하는 아이에게 인형을 쥐어주거나 소꿉놀이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태권도를 시키는 일. 그것이 곧 차이를 만들고 젠더 역할을 고정한다. 치마 입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바지 입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몸에 딱 붙는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듯 헐렁한 옷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화려한 무늬 없는 무지 옷을 좋아하는 이들도 있다. 각각의 개성을 인정하는 시대인 만큼 개인이 선호하는 걸 인정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_다양한 팬티와 다양한 털과 다양한 얼굴이 함께 하는 사회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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