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안녕 - 박준 시 그림책
박준 지음, 김한나 그림 / 난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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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_안녕이란 말 속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처음 만났을 때의 안녕, 헤어질 때의 안녕. 만남과 헤어짐, 그 사이에서 우리는 안녕하는 마음을 가진다.

_누군가를 좋아할 때, 누군가에게 말 걸고 싶을 때,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을 때, 그와 함께 밥 먹고 싶을 때, 이야기하고 싶을 때 우리는 그에게 '안녕'하고 말한다. 안녕, 이라는 말 속엔 상대를 향한 나의 관심과 애정이 묻어 있다.

_안녕, 안녕. 보내고 싶지 않을 것을 보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아직 준비되지 않은 마음을 고이 접어 멀리멀리 흘려보내야 할 때가 있다. 내게 안녕을 말하는 그를 두고 나는 덩그러니 남겨져야 한다.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는' 그리움. 안녕이라는 말이 그리움을 두고 간다. 그렇기에 안녕과 그리움은 함께 있다.

_알라디너 티비에서 박준 시인은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그리워하는 사람의 마음'과 '아는 것을 그리워 하는 마음'을 이야기했다. 전자엔 시인의 아버지 이야기가, 후자엔 시인이 어릴 적 함께 했던 강아지 단비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펭귄을 닮은 해오라기라는 철새와 제 밥을 뺏어 먹고 잠자는 저를 쪼아도 물지 않았던 강아지 단비. 시인은 안녕을 말하며 '관계에서 오는 죽음'이라 말했다.

_그림책은 아이들의 것이기에 쉽게 지나쳤던 순간이 많다. 글자보다 그림이 많고 어려운 말보다 쉬운 말이 많은 그림책. 하지만 그 속에 든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것이기에, 어른의 마음속엔 어린 소녀와 소녀가 여전히 자라기에 그림책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읽어야 한다.

_안녕, 안녕. 더 잘 해주지 못하고 먼저 보낸 아이들을 떠올리며 외친다. 안녕, 안녕. 곁에 남은 아이들을 쓰다듬으며 반갑게 하루를 맞이한다. 안녕이 남기고 간 그리움을 곱씹으며, 집사는 또 눈물을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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