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 소설가가 책상에서 하는 일
한은형 지음 / 이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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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이봄, 한은형)

_소개가 인상적이었던 책. '시대의 그림자 속에 가린 여성들의 열망을 비추는 모임' 이 문장을 보는 순간, 그곳에 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_소설가이자 이 책의 저자인 한은형은, 스물 네 권의 소설 속 여자 주인공들을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 시선에 때론 동경이, 때론 공감이, 때론 연민이, 무엇보다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 지금의 여성이자 인간 한은형이 보는 그때의 여성들. 그 속엔 그들만의 굳은 심지와 시대적 한계가 공존한다.

_<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속 베르테르는 사랑 때문에 죽은 거의 유일한 남자이다(p.30). 그가 사랑한 여자는 로테지만 베르테르와 달리 굉장히 흐린 캐릭터이다. 저자도 지적했듯 로테는 선명하지 않고 남은 건 베르테르의 광적인 사랑뿐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다 못해 고통과 죽음에 이르게 한 존재. 사랑은 짙으나 그것으로 인해 로테는 주변부를 맴돌기만 한다.

_<마담 보바리> 속 보바리 부인은 불을 보면 달려드는 나방처럼 사랑을 향해 온 몸을 던진다. 하지만 그 사랑은 '격 있는' 것이고 '디테일이 필요'하다. 그녀는 사랑을 지키기 위해 고리대금업자에게 손을 벌리기도 한다. 그녀에게 사랑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을 읽는 내내 아쉬웠던 건, 내가 여기 소개된 책들을 모두 읽지 못했다는 것이다. 스물 네 권 중 내가 읽은 책은 몇 권 되지 않았고 그랬기에 저자의 소개만으로 그 인물을 상상하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아쉬웠다. 물론 그 덕에 읽고 싶은 책이 생기기도 했지만 좀 더 부지런하지 않았던 내게 아쉬움이 들었다.

_책을 읽으며 나는 저자에게 관심이 생겼다. 소설 속 여성 인물들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사람. 싫어하는 게 많은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좋아하는 것이 많다는 사람. 자신이 싫어하는 것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만들어낸 그늘이라 말하는 사람. 그녀는 누구일까.

_고리타분하고 결혼만이 신분상승의 가장 빠른 길이었던 시대에 꿋꿋하게 자신만의 길을 걸은 여성들이 있다. 소설 속 여성들이 그랬고 우리가 모르는 많은 여성들이 그랬다. 어린 여성도 나이 많은 여성도, 모두 제 삶의 무엇을 지니고 있다. 저자는 그 무엇을 조용하지만 활발하게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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