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음성같이 옛 애인의 음성같이 - 김승희가 들려주는 우리들의 세계문학
김승희 지음 / 난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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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난다의 2021년 첫 책이자 내게도 처음인 책. 1992년에 쓰인 책을 복간한, 한 권의 책을 통해 52권의 책을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이다.

_세계문학은 지금까지도 많이 읽힌다. 나 역시 최근 들어 세계문학에 관심이 생겼다. 현재에 도래하는 문제를 과거엔 어떻게 풀어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서. 지금의 문제가 비단 지금의 것만은 아닐테니 말이다. 수록된 52권의 세계문학 중 내가 읽은 건 열 권 남짓. 읽으면서 반가웠던 작품도 있었고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 작품도 있었다.

_사실 어찌 보면 모든 문학은 이런 유토피아성 때문에 현실과 타협하지 못하고 표류성을 숙명으로 삼아 떠도는 인간 군상의 도망 심리와 현상을 제재로 삼고 있는지도 모른다(p.146). (마크 트웨인 / 허클베리 핀의 모험)

_결국 현대인의 마음속에는 '달력에 나와 있지 않은 어느 날,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어딘가에서, 문득 눈을 뜬 듯한 느낌, 이 충족을 원하는 탈주 욕망'이 아무도 못 말릴 정도로 강하게 있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p.185). (아베코보 / 불타버린 지도)

_문학과 비문학적인 것의 차이를 나누기에 한 가지 기준점만이 존재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인간 본질 및 존재 이유에 대한 탐구야 말로 빠질 수 없는 무엇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토피아, 그것은 어디에 있나. 꿈을 이루기 위해선 꿈을 상실해야 한다. 보다 더 나은, 지금보다 나은. 하지만 그것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나. 인간은 견딜 수 없어 한다(무엇을?). 그렇기에 도망치려 한다(어디로?). 물음에 대한 답을 모르기에 그것을 찾기 위해 떠난다. 표류성. 인간은 떠돈다. 정착지는 없다. 삶이 흐르는 한 멈춤이라는 게 있을리 없다.

_스포일러와 지침서의 경계에서, 내겐 지침에 더 가까웠던. 세계문학이라는 거대한 망망대해 앞에 멍하니 서 있는 내게 방향을 가르쳐주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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