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를 보여 줘 1 - 수어의 섬, 마서스비니어드 곰곰문고 103
앤 클레어 르조트 지음, 조응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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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서 이야기하는 '사회적 소수자'는

'한 사회에서 신체적 또는 문화적 특징 때문에 다른 구성원에게 차별받으며, 스스로 차별받는 집단에 속해 있다는 의식을 가진 사람'이고 그 대표적인 예로 장애인, 이주 외국인, 여성, 노인 등이 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메리와 그의 아버지, 마서스비니어드에 사는 많은 주민은 농인으로 현재 우리 사회의 기준으로는 차별받는 '사회적 소수자'이며 그로 인해 '적극적 우대 조치'의 혜택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마서스비니어드 섬에서는 청인과 농인이 장애의 구분 없이 함께 수어를 사용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생활하고 있기에 주인공 메리는 자신의 장애를 부끄러워하거나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데 청각 장애가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마서스비니어드 사람들이 망원경으로 멀리 떨어진 이웃과 대화하는 건 흔한 일상이다. 청인끼리는 커다란 뿔피리를 불어서 신호를 보낸다. 그런 다음 양쪽이 서로의 수어를 망원경으로 보는 것이다. 상대방이 존 스키프 아저씨처럼 농인이면 시간을 정해 놓고 망원경으로 대화한다.' (본문 29쪽 중) 


휴대폰이 있는 지금은 좀 다를 수도 있지만 멀리 떨어져 있거나 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에서 서로 의사소통하는 방법으로는 수어가 일반적인 말소리 보다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서스비니어드섬에서는 회의, 재판 등 모든 행사에 농인과 청인이 함께 참여하니 법률상 의무 때문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고 의견을 나누기 위해 수어 전달자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것이다. 농인과 청인 모두가 불편함 없이 함께 사는 모습이 내게는 너무나 경이로워 보였다.


'아, 거창하게 말하는 차별 없는 세상이란 이런 것이었구나. 그들을 배려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이 들을 수 있는 말을 함께 쓰고 그들의 신체적 장애를 불편함이나 배려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특징으로 보고 각자의 특징에 맞게 사는 것을 인정한다면 그냥 이렇게 자연스레 함께 할 수 있는 것이구나.'라고 말이다.


하지만 마서스비니어드 주민들이 다름을 인정하고 차별 없이 함께하는 것은 백인에게만 해당한다. 원주민인 왐파노아그족과 해방 노예 등은 여전히 차별받으며 정당한 권리와 인격적 대우를 받지 못한다. 메리는 원주민에게 다르게 적용되는 여러 법률적인 일들, 어머니에게 집안으로 초대받지 못하는 해방 노예 출신인 토마스 등 섬의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그들을 차별없이 대한다. 또한 당시에는 너무나 당연했던 여성과 남성의 차별적인 교육 시스템을 당연시 하지 않고 고민한다.


메리의 그런 고민들을 따라가다 보면 사회적 소수자, 차별, 평등, 인권과 관련한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감히 예언(?)을 하나 한다면 아마 이 책은 곧 청소년 관련 우수 도서로 선정될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 만큼 이 책은 아이들과 함께 읽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은 책이고 아이들에게 부담 없이 추천할 수 있을 만큼 재미있다.


메리가 청각장애를 특정한 원인에 의한 질병으로 보고 장애인들을 아둔하고 열등한 존재로 여기는 과학자에 의해 섬 밖으로 납치되어 고난을 겪다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또한 매리의 가족 이야기, 그리고 친구들과 겪는 사소한 갈등들 그리고 마을 주민들의 생활 모습은 또 다른 빨간 머리 앤을 만나는 느낌마저 들었다. 상상력이 많고 이야기를 잘하고 따뜻하고 유쾌하며 영리한 것은 빨간 머리 앤과 닮았지만 빨간 머리, 외모에 콤플렉스를 가졌던 앤에 비해 더 자존감 높고 용감하고 정의로우며 행동하는 '햇빛 닮은 머리 메리'의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빨간 머리 앤의 다음이 궁금해 시리즈를 다 찾아 읽었던 그 때만큼 12월에 나올 메리의 2번째 이야기가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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