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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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로 한 것은 애거서 크리스티에 관한 흥미도 있었지만 작가인 설혜심때문이었다. 작가가 쓴 벽돌책인 인삼의 세계사를 읽으며 그렇게 많은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재밌게 풀어내는 이야기 솜씨에 반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의 작가를 확인하고 내용의 알참과 재미에 대한 확신으로 책을 주문했다.

 

추리 소설계의 탐정들 중 미스 마플을 가장 좋아한다.

인간의 본성은 어디나 다 비슷해. 하지만 도시에서는 그걸 자세하게 관찰하기가 좀 더 어려울 뿐이야.”

 

시골 생활은 사실 목가적인 것과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 레이먼드 같은 사람들은 너무 모른다. ……… 시골 생활에는 섹스-자연스러운 것과 부자연스러운 것-로 넘쳐난다. 강간, 근친상간, 온갖 종류의 변태 행위

 

와 같은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의 특성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미스 마플이 가진 인간에 대한 통찰력이 좋았고 부러웠다. 평생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평온하고 단조로워 보이는 작은 마을 사람들의 행동, 인간 관계 등 그들의 삶을 관찰하고 얻게 된 인간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사건 주변 사람들이 처해있는 상황과 그들의 언행 등을 통해 그들의 속마음을 추론하는 능력은 정말 감탄스럽다.

인간의 본성은 어디나 비슷하고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은 어느 집단에나 있기 마련이라는 노부인의 이야기는 나에게는 살아가면서 공감하고 깨닫게 되는 삶의 진리이다.

 

애거서 작품의 특징인 사람들과 다양한 계층의 삶에 대한 통찰력은 추리와 현실의 인간 관계에서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특정한 특징을 가진 사람들, 특정 계층, 직업, 인종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에 따른 편견과 차별을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다. 실제로 어른이 된 후 애거서의 작품을 다시 읽으면서 하게 놀라게 되는 인종, 여성 혹은 직업에 대한 애거서의 차별적 시선에 놀라곤 했다. 요즘 케이블 방송에서 다시 방영되는 전원일기를 보며 당시에 당연했던 가부장적 문화에 흠칫흠칫 놀라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는 애거서가 그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게 된 배경들을 당시 영국의 상황을 흥미롭게소개하고 있다. 당시 유행했던 골상학, 심령학 등 학문이나 사상적 흐름, 애거서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게 된 개인적인 경험, 당시 영국의 사회 분위기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애거서가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 준다.

 

빨간책이라고 불리는 애거서의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이미 유명한 탐정 캐릭터가 둘이나 있는 데도 그들이 등장하지 않는 작품들, 작품마다 다른 다양한 컨셉에 감탄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애거서 작품이 멋진 이유을 알게 됐다.

애거서는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자신이 흥미를 가지거나 필요하다고 여기는 분야에 도전해 배우고 관련한 일에 종사하기까지 했다. 1, 2차 세계 대전 당시 간호사와 약제사로 참전했었고 이후에도 남편의 고고학 일을 돕기 위해 사진기술과 축척에 관한 전문 교육을 받는 등 끊임없이 노력하고 발전했다. 그렇게 얻은 경험과 지식을 작품에 녹여냈으니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의 직업이나 특징에 대한 묘사가 요란하지 않고 현실적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작가로서 성공한 이후에도 약제학 등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애거서의 모습은 존경스러웠다.

 

작가가 영국사를 전공한 만큼 애거서 소설의 배경이 되는 당시 영국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무척 잘 정리되어 있다. 산업화에 따른 영국의 경제 구조 변화에 따른 계층 변화, 그에 따른 사회 현상들에 관한 에피소드들이 풍부하게 제시되어 있다. 1, 2차 대전 당시 영국의 배급제로 인한 당시 사람들과 애거시의 소소한 일상, 영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에 자주 등장해서 궁금했던 컴패니언에 대한 설명, 그리고 세상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하녀와 고용인들에 관한 설명 등을 읽으면 애거서의 소설 뿐 아니라 셜록 홈즈나 영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의 장면들이 떠오르며 ~~그래서 그 집의 집사는 그렇게 거만한 태도를 보였구나라고 이해를 하게한다.

 

설혜심 작가는 이 책을 애거서 크리스티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함께 추억을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독자들이 최대한 가볍게 읽을 수 있도록 집필했고,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20세기 영국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는데, 작가의 의도대로 잘 씌여진 책이라고 생각한다. 읽는 내내 애거서 책을 읽었을 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는 알찬 기쁨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설혜심 작가의 책은 믿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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