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읽는 그림 - 수천 년 세계사를 담은 기록의 그림들
김선지 지음 / 블랙피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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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와 미술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기존에 접했던 미술사나 역사 교양 서적들은 이상하게 손이 잘 가지 않았다.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거나 이미 접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몇 권을 읽은 후에는 다른 책들이 심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을 읽는 그림》 은 달랐다. 이 책은 기존의 미술사 및 역사 교양 서적과는 다르고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먼저, 이 책은 역사와 예술이 같이 섞여 있는 독특한 형식을 지닌다. 역사와 예술을 결합해서 보여주며, 예술 작품은 역사적 맥락의 이해를 돕는 시각적 자료로 활용된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을 역사책이다, 혹은 미술사책이다 구별할 수 없었다. 또한, 다른 교양 서적과 달리 빈틈없는 내용 구성을 선보였는데, 역사적 내용과 예술적인 내용 모두 다 부족함 없이 고루 갖췄다. 여기에 더해 수천 년의 긴 역사 속에서 발생했던 사상, 사회적 분위기, 정치, 종교 등 다양한 분야를 풍부하게 전달해주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흥미를 끄는 주제들이 많았는데, 예를 들자면 음식의 역사, 식문화, 레스토랑의 역사, 오페라의 어두운 부분 등이 있겠다. 이러한 주제들은 다른 책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이 내용들은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을 정도의 흥미를 더해준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시간을 읽는 그림》 은 평범한 교양서를 넘어, 독자에게 역사와 예술을 깊이 있게 전달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특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학창 시절 세계사를 공부하고 미술사를 교양 수업으로 들었던 나는 “황금 제국 말리”라는 존재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신선한 소재는 내가 아프리카 역사에 관심을 가지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과거 아프리카의 모습은 어떨까? 이 물음에 나는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아마 내가 배운 세계사 속에서 아프리카는 주로 유럽의 식민지 개척과 막대한 부 창출을 위한 무역의 발판으로만 언급되었을 뿐, 그들의 주체적인 역사에 대해서는 배운 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이 책은 아프리카에도 한 국가의 경제를 좌우하고 영향을 미쳤던 황금 제국과 그의 놀라운 행렬이 존재했음을 이야기해준다. 이 어디 가서 듣기 힘든, 새로운 역사적 지평을 열어줄 이야기를 꼭 이 책에서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여전히 내가 편협한 시각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시간을 읽는 그림》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의 이면 - 위대한 대왕들의 뒷모습, 중세의 노동 시장, 엘리자베스 1세의 해적단 - 과 역사 속 어두운 그림자 - 아편 전쟁과 산업 혁명 등 -, 그리고 새로운 시각 - 세계 인류의 평등과 공존을 외치는 페미니즘의 역사와 성격 - 을 거침없이 조명한다.


 이 책은 다양한 예술 작품을 통해 시각적 자료를 제공하여 누구나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독자에게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역사와 예술을 우리는 어떻게 읽어 나가야 할 것인가.


우리가 살아갈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하는가.



예술은 한 시대의 고통과 진실을 증언하는 중요한 매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예술은 과거를 기억하게 하고, 그 기억을 통해 미래를 향한 성찰과 행동을 이끌어 낼 수 있다. - P. 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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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래에게 창비청소년문학 142
주민선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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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다 읽고 든 생각은 ‘세상에서 가장 길고 가장 멋진 편지를 내가 받았구나’ 였다. 그리고 한 권의 소설이 이토록 마음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주인공 ‘미아’가 읽은 편지에 담긴 치밀하고도 사려 깊은 선의가 미아를 통해 나에게까지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이 감정이 이토록 격렬하게 느껴진 것은 ‘편지체’라는 형식과 독자를 직접 지칭하여 말을 건네는 듯한 ‘너’라는 인물의 존재 덕분일 것이다. 이 요소들은 이 책의 메시지의 전달력을 극대화한, 높이 평가할 만한 지점 중 하나이다.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멋진 삶을 위해 아득바득 살아간다. 나 역시 그랬다. 늘 아름다운 삶을 외쳤지만 결국 나의 모든 행동은 가장 원초적인 생존으로 귀결되었다. 머릿속으로는 이 행위가 싫었고 탐탁지 않았지만, 나는 그저 현실에 수긍했다. 살아남으려고 하는 것이 내 삶의 궁극적 목표를 지워서였을까, 아니면 이 모든 것을 허황된 꿈을 좇는 거라고 무의식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그 의문만 가득 가진 채 삶의 목표를 정해오던 나는,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를 보고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살아남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온전한 ‘삶’을 살고 싶었던 거구나.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것에는 생존의 이유가 덧씌워져 있어 불쾌했던 것이구나. 나는 끝을 보는 삶을 살고 싶었던 거구나. 내 삶의 여정이 생존이 아닌 진정한 삶이 되기를 바라고 있구나를.
그러니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살아가자.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연대하고, 희망을 품으며 알 수 없는 미래를 쉽게 져버리지 말자. ‘나의 미래에게’는 단순한 소설이 아니다. 삶의 좌표를 잃은 현대인에게 보내는 필독서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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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하고 싶어. 달라진다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씀으로써 나의 과거는 기억으로 남고, 씀으로써 나는 시시각각 흘려 버리기 쉬운 현재에 눈을 뜨게 돼.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마주하면 미래 역시 달라져. 미래라는 파도에 속수무책으로 휘말리는 게 아니라 겪었던 해류를 기억하고 현재의 물살을 파악하며 다가올 파도를 가늠해 나아갈 방향을 정하게 돼.

- 『나의 미래에게』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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