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에서 하늘 보기 - 황현산의 시 이야기
황현산 지음 / 삼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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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와 무책임에 형식이 없듯 악의 심연에도 형식이 없다. 미뤄둔 숙제가 우리를 무력하게 만들었고, 쌓아준 죄악이 우리를 마비시켜, 우리는 제 할 일을 내내 누군가 해 주기만 기다리며 살았다.
책 한 줄 읽지 않고도 모든 것을 다 아는 우리들은 ˝산다는 게 이런 것이지˝ 같은 말을 가장 지혜로운 말로 여기며 살았다. 죄악을 다른 죄악으로 덮으며 산 셈이다.
숨 쉴 때마다 들여다보는 핸드폰이 우리를 연결해주지 않으며, 힐링이 우리의 골병까지 치료해 줄 수 없으며, 품팔이 인문학도 막장 드라마도 우리의 죄를 씻어주지 않는다.
실천은 지금 이 자리의 실천일 때만 실천이다. 진정한 삶이 이 곳에 없다는 말은 이 삶을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라, 이 삶을 지금 이 모양으로 놓아둘 수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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