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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싸육아 - 0~4세 알기만 해도 차이를 만드는 육아 대원칙 6
박정은 지음 / 래디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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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육아의 상당 부분을 베싸TV에 빚지고 있다. 근거 있는 육아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해외 논문가 아티클을 중심으로 리서치하여, 늘 결론부터 명료하게 정리해주는 베싸TV를 통해서 몬테소리, 바이링구얼 육아, 반응 육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처음에는 영상만 챙겨보다가 어느새 베싸티비 앱도 다운받고 바이링구얼 책도 사읽고, 네이버 카페도 가입했으니 나에게 미친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내 육아롤모델이다.

이 책은 베싸TV의 베싸, 박정은 작가의 첫 육아서이다. Part 1에는 유튜브 채널에 몇년에 걸쳐 쌓이며 이 영상 저 영상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었던 주제들이 6가지로 일목요연하게 한 자리에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Part 2는 아기를 먹이고 재우고 놀아주고 훈육하는 일에 관한 정보와 함께 베싸와 그녀의 딸 다미의 실제 육아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확실히 영상을 하나 틀어놓고 쭉 연결해서 말을 듣고 있어야 하는 유튜브와 달리, 책을 읽을 땐 내 속도에 맞춰서 관심 주제만 쏙쏙 뽑아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특히, 파트1은 남편과 함께 여러 번 정독하고, 파트2는 궁금한 주제별로 골라서 읽되 곳곳에 포함된 “베싸&다미 이야기“로 유튜브에서 보지 못한 실 사례들을 참고한다면 나처럼 유튜브 영상 다 본 사람도 책으로 ‘뽕 뽑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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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홀로 집을 짓기 시작했을 때
김진송 지음 / 난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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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목수, 화가에게 말 걸다>,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상상목공소>의 제목의 책을 낸 조금은 특별한 이 김진송 소설가의 단편소설집은 무엇보다 표지가 무척 아름답다. 감색과 회색 언저리의 양장 표지에 녹색 글리터의 에폭시를 입힌 책은 빛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책을 펼친 순간, 나는 첫번째로 실린 표제작에 홀딱 반할 수밖에 없었다.

이토록 강력하고 굵직한 문장들이라니.
책의 종이에서 흙냄새가 나는 것만 같잖아.

🔖
<땅이 파헤쳐지기 시작하자 고집스러운
그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풀뿌리와 벌레들을 뿜은 부엽토가 거두어지자
털가죽으로 덮인 동물의 살덩이처럼
핏빛의 황토가 드러났다.
흙을 떠내자 갓 잘라낸 고깃덩어리 같은
붉은 육질이 켜켜이 그 모습을 보였다.> p15


아 이 소설집은 이런 분위기구나. 역시 목수의 소설인가, 단정하며 두 번째 소설, '짝'을 읽었는데, 어라 뭐지. 완전히 다른 작가가 쓴 작품 같았다. 무척 이상한 소설이었는데 김영하 작가님의 '옥수수와 나'의 느낌이 아주 살짝 떠오르기도 하고 비현실적이면서도 그래도 재밌었다.

책을 읽다보니 소설 하나 하나의 색깔이 무척 진하고 굉장히 강력했다. 개인적으로 '달팽이를 사랑한 남자'와 '종이 인간'은 조금 충격적이고 당황스러웠지만 반면 '신의 기원'이나 '어린 왕자의 귀환'과 같은 소설의 상상력은 너무도 나의 취향이었다.

소설 '신의 기원'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걸 읽고 뒷부분을 읽지 않고 배길 수 있겠는가.

🔖
<이제는 제대로 밝힐 때가 된 것 같다.
최초의 인간과 최초의 신이 정면으로 딱 마주친
그 사건에 대해서 말이다.>

개인적인 베스트는 '어린 왕자의 귀환'이었다. 실제 목수로 작업하는 소설가가 쓴, 개인 작업실에 실제로 어린 왕자와 소행성 B612를 구현하려는 설정의 단편을 어떻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미쳤다고 해야할까, 자유롭다고 해야할까. "전업 소설가"가 아닌, 역사를 연구하고 나무를 작업하는 작가의 첫 소설집은 여느 소설들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나는 이런 소설가들을 응원하고 싶다. 문유석 판사의 소설 <미스 함부라비>가 판사만이 다룰 수 있는 법적 소설의 디테일을 담고 있듯이. 미술 평론가이자 공예가이자 목수만 쓸 수 있는 소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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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되어가는 기분이다 창비시선 439
이영재 지음 / 창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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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참 잘 뽑았다. 이 시집은 '되어가는 중인 것들에 대해 '되어가는 중인" 언어로 쓴 '되어가는 중의' 시들이 담겨져 있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출발은 했으나 아직 도달하지 못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해하기 위해 읽고자 하니 어려웠다. 애써 이해하려 하지 않고 읽으니 그제서야 다가왔다.

🏷 (p22. [슬럼] 중 일부)
슬럼프 안에 담겨 있으면 포근하다
삐뚤빼뚤 열린 하늘을 본다 부피를 본다 색을 본다 경계를 본다 무결을 본다 연 대로 열린 대로
보이는 걸 보고 있다 올려다보는 사람을 본다
그 사람을 구태여 하지 않는다
본다가
본다


구태여 하지 않고 보이는 걸 보듯이 이 시를 읽는다 그러다보면 시 안에서 내 모습이 보인다

🏷(p91. [암묵] 중 일부)
토론하는 사람들을 보고, 싸우는 사람들을 보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고 나면 나는 어디에도 관여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충분하다고
착각하면서, 솔직해진다 솔직하다는 말이 얼마나 솔직하지 않은 말인지 생각하면서

생각하지 않아도 생각은 되고 만다
되는 것들에 굳이 관여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짓은 없다고 또 생각하면서
썼던 문장을 지운다 지운 문장을 다시 쓰고 고친다 고친 문장은 지워진다


가장 좋았던 시는 [청사진]이었다. 시는 시 나름의 힘이 있다. 에세이나 소설, 사진이나 영상이 전달할 수 없는 간략한 단어들의 힘.

🏷 (p104. [청사진] 중 일부
건물을 올리며 네 명이 죽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건물은 보현적 각도와 높이의 계단을 구축하고 밟으며 차근차근 벽돌을 소모한다 삽과 젓가락을 소모한다 함바집 할머니를 소모하고 간이화장실과 병실 침대를, 시간을, 짱돌을 무더기로 소모하고

본래 이곳에 알알이 박혀 있던, 변변한 생활을 소모하며
누군가 기쁘고
누군가 슬펐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건물을 올리며 세명이 더 죽었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관리자의 관리자의 관리자는
일곱이면 선방이라 생각했다 7은 모나미 볼펜을 한번도 안 떼고 그릴 수 있는 형태다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전혀. 그러나 시인이 이 단어를 자꾸 반복하는 의도가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어울리지 않은 단어, 아니지 어울리면 안되는 단어를 나란히 놓았기에 더 진하게 인상에 남는다. 거부감이 들면 그제서야 아 잠깐만, 하고 멈춰서 생각을 한다. 큰 일을 하기 위해 감수하는 희생은 누군가에게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왜 큰 일을 이루려는 자가 따로 있고 희생되는 자가 따로 있는가 그것은 얼마나 자연스러운가.

희생을 단순한 숫자로만 바라보는 관리자의 관리자의 관리자. 모나미 볼펜으로 종이에 7을 써보며 '펜을 하나도 떼지 않고 그릴 수 있다는' 놀라운(?) 발견을 하고 스스로에게 감탄했을 관리자의 관리자를 떠올린다

머리로 이해되기 전에 피부에서부터 전달되어 가슴이 움직이게 하는 힘. 분명 시인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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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 - 지중해의 태양 아래에서 만난 영원한 이방인 클래식 클라우드 16
최수철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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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작품 뒤의 해설에는 흔히 작가의 생을 빌려 작품의 상징이나 작가의 집필의도 등을 풀이하곤 한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특별함은 이와 반대되는 시선에 있다. 여기선 작품들을 빌려 작가에게 조명을 비춘다. 탐구하고자 하는 대상은 <이방인>도, <페스트>도 <시지프 신화>가 아닌, 인간 알베르 카뮈이다. 시공사 출판사의 <이방인>을 번역한 최수철 번역가는 카뮈의 부모, 카뮈의 출생, 어린 시절로 시작해서 그의 일생의 발자취를 따라 가는 여행으로 독자를 친절하게 안내한다. 카뮈가 견뎌낸 가난과 질병, 죽음에 관한 그의 태도를 이해하고 다시 읽는 <페스트> ; 카뮈의 어린 시절에 살았던 프랑스의 식민지인 알제리의 마을, 그리고 그 해변을 눈에 담고난 후 다시 읽는 <이방인>은 또 얼마나 더 멋질까 하는 마음에 벌써 설렌다.

그뿐일까, 최수철 소설가는 (아마도) 내가 먼저 찾아 읽지 않을 카뮈의 산문집들, 예를 들어 <작가 수첩>, <안과 겉>, <최초의 인간> 들의 텍스트들도 꺼내어 소개해준다. 나는 카뮈가 가장 좋아하는 열 개의 단어가 세계, 고통, 대지, 어머니, 사람들, 사막, 명예, 바람, 여름, 바다 라는 걸 알 수 있다 <작가 수첩 3>. <이방인>의 뫼르소로 비춰 냉소적이기만 할 줄 알았던 작가가 "삶에 대한 사랑 이외에 다른 할 말은 없어"라 말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그가 인간과 대지를 넘어서는 초월적인 어떤 것에 희망을 가지지도, 그렇다고 죽음 앞에 굴복하여 절망하지도 않겠다고 한 것 - 불가능한 것에 기대지 말고 그대로의 삶을 최대한으로 살아가야한다는 걸 알게 된다. 나는 얼마 전 읽다가 어려워서 포기한 <시지프 신화>를 떠올린다. 시지프는 신들이 그에게 부과한 형벌에 따라 영원히 산 위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한다. 바위는 산 꼭대기에 닿자마자 바로 밑으로 굴러내려간다. 시지프는 다시 바위를 올려야 하고, 그의 비밀은 이 일을 영원히 반복하는 데 있다. 그러나 카뮈는 말한다. 시지프는 자신의 숙명을 잘 수용하고 있다고. 매일 반복되는 부조리함을 이해한 채, 헛된 꿈을 꾸지도 그렇다고 절망하지도 않은 채 주어진 일을 최대한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카뮈라는 사람을 이해함으로서 나는 그의 작품들 사이의 연관성을 조금은 엿본 것도 같은 기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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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공간들
윤광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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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방법. 모처럼 찾아간 그 장소, 그 공간을 단순히 "멋지다"라 감탄하는 것에 그치지않고 더욱 깊이 경험하고 싶다면.

아름다운 공간은 서울에도 정말 많다. 적어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한 정방형 프레임에 담을 목적으로 본다면. 사진으로 찍었을 때 의자와 테이블이 종이로 만든 것처럼 보이는 카페라든가, 목욕탕을 리뉴얼한 술집이라든가. 그러나 사진을 찍는 건 한 순간이면 끝나고, 오래 머물기에는 어쩐지 자리도 불편하고 어색한 적이 많다.

묻고 싶다. 정말 아름다운 공간이란 어떤 건지.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지. [심미안수업]의 저자 윤광준은 어디가 아름다운가를 넘어 그 공간이 왜 아름다운가를 상세히 알려준다. 모두 한국에 위치한 이 공간들은(대부분 서울에 있다) 내가 아무 생각없이 이미 지나갔거나, 우리집에서 멀지 않지만 단 한번도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곳들이다.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과 카페 앤트러사이트부터, 도산대로 풍월당, 롯데 콘서트홀, 종로의 보안1942, 중구 피크닉, 가로수길 오드 메종까지.

보아야 할 포인트가 많았다. 건물의 비율과 크기, 입구를 들어설 때 몸에 느껴지는 온도, 조명의 조도, 바닥재와 벽의 소재, 공간의 넓이와 길이, 창문을 통해 무엇이 보이는지, 건물이 주위 공간과 어떻게 어울리는지, 공간을 차지한 의자와 테이블, 가구들은 어떤 걸 썼는지. 보통 공간의 역사를 최대한 살리면서 건축하고, 효율성을 따지기보다는 의도적으로 비워두고, 자연과 주위 경관에 조화를 이루는 공간이 아름답다. 모두 공간의 목적에 충실하고, 사람이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곳들이다.

이런 점들이 나도 독자들도 따라서 "볼 수 있는" 포인트라면, 저자는 책을 위해 한 겹 더 나아간 정보도 보탰다. 그 공간의 과거와 건축가의 의도처럼 공간의 구석구석에 배어 있는 역사와 마음들이 있다. 늦은 나이에 음악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어 수익성과 상관 없이 오로지 음악을 위한 공간, 오드 메종을 신사동과 제주, 대구에 낸 어느 사업가의 이야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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