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되었지만 외로운 사람들 - 고독을 잃어버린 스마트폰 시대의 철학
다니가와 요시히로 지음, 지소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 '스마트폰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자의 고민을 담은 책. 현대 사회의 자기계발 유행 등으로 드러나는 자기에의 몰두로 인해 개인의 내면이 매우 단순화되는 현상을 짚어내 비판하는 방식이 예리하다.
  • 사람들이 편하게 읽기 좋도록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나 영화 이야기 같은 것들이 섞여 있긴 하지만, 그런 작품들을 대충 철학스럽게 재밌게 훑어보는 책이 아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하며,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정신을 번쩍 차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저자는 '자기 머리로 생각해라'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라' 같은 말을 강하게 비판한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주류 사회의 의견에서 벗어나게 하고 사고의 고립을 유도하는 음모론자들의 화법이기도 하며, 자기 머리로 생각한다고 해서 꼭 정답이 나오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위험하다는 것을 언급한다. '주류 언론을 믿지 말고 유튜브를 봐라~ 유튜브를 보고 나서 자기 머리로 생각해라~' 같은 말이 얼마나 많이 돌아다니는가(…)를 생각해보면… 그것 참…
  •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 중에 가장 흥미로운 개념 하나를 꼽자면 역시 '자신의 복수성'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은 내면에 '한 명'만을 두고 살지 않는다. 사람은 다양한 내면을 가질 수 있으며, 그를 통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추측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기도 한다. 이런 설명은 맥스 베넷의 '지능의 기원'에서도 읽었던 것이다. 누구나 자신은 하나의 자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두뇌는 매 순간 다양한 자아를 생성하고, 그 때문에 의사결정에 있어 갈등을 겪는다. '지금 밤인데 라면을 먹을까? 말까?' 같은 내면의 갈등. 이런 관점이 흥미로웠던 것은 '나의 내면'이 하나의 의견만 갖고 있는 나 하나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마치 정당정치처럼 다양한 감정과 의견을 가진 정당들로 이루어지고 이들이 늘 싸우고 있다는 것을… 거리를 두고 생각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었다. 이럴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내가 우유부단하구나… 나 왜 이럴까… 하 왜 못 정하겠지'가 아니라 음 오늘은 이쪽 당이 우세하고, 저쪽 당이 필리버스터를 하고 있군…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게 될 수 있었다는 것. 이건 별거 아닌 거 같지만 되게 도움이 된 사고방식이었다.
  • 저자의 다양한 책을 읽고 저자들의 사고방식을 자신의 내면에 갖춰두라는 조언이 마음에 들었다. '내 머리로 생각해 남을 믿지마'같은 말들이 결국 나의 자아를 단순하게 만들어 자신을 사회에서 고립되게 만드는 것이라면, 독서는 그와 반대 효과를 내는 것.. 살아가며 만나는 다양한 사람의 입장을 바꿔 이해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나의 내면에 갖추어 놓고 살아갈 수 있다면 상상력도 풍부해지는 것. 저자는 아예 혼자서만 하는 취미도 가져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취미는 남에게 자랑하면 안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