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파랑 - 소울메이트를 찾아서, 제3회 No.1 마시멜로 픽션 대상작 마시멜로 픽션
차율이 지음, 샤토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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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버지의 부재와 엄마의 재혼 그리고 가장 믿었던 친구의 배신으로 하여금 몹시 외로워진 미지는 
더더욱 소울메이트를 갈망하게 된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아버지를 잃은 그 바다에서 스쿠버 다이빙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파랑 구슬. 그 빛나는 구슬을 보며 소원을 빌자 느닷없이 조선 시대로 가게 된 미지는 운명의 친구 해적 단장 해미를 만나게 되면서 여러 가지 신기한 모험을 하게 된다. 

어릴 땐 나도 친구가 전부였고, 여자애들 끼리 뒤섞여 마룬 인형 놀이를 하거나 떡볶이를 먹으며 하하 호호 까르르 웃고 떠드는 무리에 끼는 것이 최고였다. 그러하기에 그 무리에서 멀어지는 일은 매우 두려운 일이었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단짝 친구를 만드는 일은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쩌다 어렵사리 만든 단짝 친구가 나 말고 다른 친구와 친하게 노는 모습을 보는 것이 왜 그리 아팠는지. 이렇듯 미지의 모습에서 어린 나를 발견하는 일은 어린이 책 읽기의 묘미가 아닐 수 없다.

500여 년을 뛰어넘어 우리가 만난 건 결코 우연이 아니야.

운명의 힘을 믿으며 죽어가는 해미를 온 마음을 다해 살린 미지가 어찌나 고맙던지. 해미가 이대로 죽는 건 아닐까? 내심 조마조마했는데 겨우 살아난 해미를 보며. “휴;;; 작가님! 고맙습니다" 라고 고개 숙여 인사 할 뻔했다.

엄마, 친구가 없어서 너무 외로워.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좋겠어.

따돌림으로 학교를 그만두게 된 딸아이가 눈물지으며 자주 하던 말이었다. 그 슬픈 눈이 떠오르면 가슴 깊은 곳에 눈물이 차오른다. 2년이 훌쩍 넘은 지금은 다행히도 얼마 전에 그 학교를 그만 둔 친구와 운명적으로 다시 만나 함께 요가도 배우고 영어학원도 다니게 되었다. 아이들에게 친구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나와 함께 살 때 혼자서 집 앞 편의점도 못 가던 아이가 혼자서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 타고 친구를 보러 가더라. 그래서인지 소울메이트를 만나고 싶은 미지의 간절함이 나의 바람이고 딸 아이의 간절한 소망이었으리라. 그렇게 미지는 내가 되고 딸 아이가 되었다.

게다가 이리도 다정한 작가의 상상력은 또 어찌나 놀라운지! 신비하고 광활한 바다가 조선 시대의 역사적 사실과 맞물리며 영화를 찍듯 생생한 공간을 만들어낸다. 어쩌면 생뚱맞게도 조선시대 해적단이 인어라는 설정이 하나도 낯설지가 않았던 이유는 시공간을 초월한 채로 인종도 외모도 성격도 다른 미지와 해미의 순수한 마음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따스함 때문이 아니었을까? 남편이나 애인은 헤어지면 끝이지만, 등에 칼만 꽂지 않으면 친구는 끝이 없으니 날이 갈수록 자매 연대의 소중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걸스 심사위원단 101명의 선택을 받은 <미지의 파랑>이 더욱 빛나는 이유일 것이다.

#미지의파랑 #차율이글 #샤토그림  #제3회마시멜로픽션대상작 #비룡소 #동화읽기 #동화책서평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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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 공부하는 여자 - 앎으로써 삶을 바꾸는 나의 첫 페미니즘 수업
민혜영 지음 / 웨일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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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꼭 맞춤한 책이네요! 구매해서 꼭꼭 씹어 읽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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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문도 - 제12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사계절 1318 문고 94
최상희 지음 / 사계절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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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었다. 왠지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바로 여기, 내가 발을 디디고 서 있는 익숙한 공간이 아닌 생경하고 이질적인 세계로 빠져드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낯선 어떤 곳이거나 머나먼 이국땅에 위태롭게 선 외로운 아이들과 아이들을 보듬는 가여운 사람들의 슬프고 기묘한 이야기가 무덤덤하게 펼쳐지는 동안, 나는 마치 원래부터 그곳에 있었던 나무이거나 기찻길이거나 라벤더밭처럼 아득한 풍경이 되어 저마다 다른 아홉 빛깔 이야기에 조용히 마음을 기울였다. 

스페인어로 '세상 어딘가’를 의미하는 델 문도(Del Mundo). 델문도는 어디로도 떠나지 못하는 겁많은 나를 일상을 넘어선 낯선 세상 어딘가로 데려다 놓는 데 성공했지만, 소외되고 아픈 아이들과 얽힌 이웃들의 아픈 삶으로 인해 슬픔에 잠기게 했다. 하지만, 다정한 작가는 마지막 단편에서 기어이 희망을 노래하며 그의 바람처럼 위안을 준다. 드디어 수도원을 떠나는 아이, 그리고 유일한 친구였던 아이를 떠나보내는 아리엘 수사.

"세상을 보고 싶어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루이엘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직이 말했다.
"시튀스테쿰"
p.256

아마도 작가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시튀스테쿰"은 아리엘과 아이가 서로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정한 암호였다. 그것은 서로에게 없는 것을 빌어주는 말이었고 '너에게도 힘이 깃들기를' 이것이 암호의 뜻이었다.

나는 여전히 어디로든 떠나지 못한 채로 있지만 <시튀스테쿰>을 마음 깊이 새겨본다. 

'나에게도 힘이 깃들기를.' 그리고 힘들고 지친 당신들에게도....

아홉 개의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떠났거나, 떠나 있거나, 혹은 떠나려 한다. 세상 어딘가를 떠도는 누군가의 이야기지만 어쩌면 그것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기도 하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모두 여행자들이다. 여행에 관한 이야기지만 상실과 기억에 관한 이야기로 읽어도 좋다. 혹은 죽음과 고통, 슬픔과 분노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어딘가에 아직 존재하는 연민과 사랑, 기쁨과 용기에 관한 이야기로 읽어도 좋다. 그랬으면 좋겠다. 이 흉포한 세상을 견디며 여전히 여행해야만 하는 모든 이에게, 이 이야기들이 작은 위안이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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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의 도전 - 변방의 자리에서 다른 세계를 상상하다, 2019 우수출판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 질문의 책 30
김도현 지음 / 오월의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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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른 몸을, 그리고 배제된 소수자를 보는 시선 속에 나도 모르게 스며든 편견과 오해를 깨우치게 하는 책이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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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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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저도 진리와 화끈한 로맨스에 빠져 보고 싶습니다.

"음, 혹시 더닝-크루거 효과라는 말을 들어보았나요? 일종의 심리편향인데, 쉽게 말하자면 이런 거죠. 무식할수록 용감하다. 무식한 사람일수록 진리를 안다고 설치는 반면, 유식한 사람일수록 진리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하는 거죠.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매체에 나와서 '진리'를 설파하는 사람은 대개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아요. 사람은 결국 죽는다는 게 인생에 대한 스포일러라면, 진리를 결국 다 알 수 없다는 게 학문에 대한 스포일러입니다. 요컨대, 진리를 알기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기 위해서 학문을 하는 셈이죠.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p.94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중에서

오라비 가게에서 얻어 온 새우와 꽃게까지 넣어 정성스레 끓인 쌀국수를 반 이상 남기고야 말았다.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걸 남겼다고? 라고 놀라시겠지만, 뷔폐 식당이나 무한 리필 집에 가면 언제나 막심하게 손해 보는 기분을 모르면 말을 마시라! 그렇게 적게 먹고 어떻게 사니? 라고 속으로 재수가 없어 하며 눈을 흘긴다면 답은 하나다. 나를 닮은 딸과 나는 매일 조금씩 자주 먹는다는 것. 그게 얼마나 귀찮은지 님들은 아실까? 또한 돈도 만만찮게 든다. 특히 훌륭하신 딸님이 그러하시다. 매번 똑같은 음식을 자주 나누어 드릴 순 없으니 말이다. 안 그럼 짜증이 대폭발하시어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김영민> 한약을 먹기 위해 아침을 먹게 되면서부터 다시 읽기 시작한 책이다. 부쩍 소화 기능이 떨어진 덕에 느리게 밥을 먹다 보면 너무 무료하고 지루해서 책을 아니 읽을 수가 없다. 그가 가벼운 듯 가볍지 않게 역설적으로 던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때론 나도 모르게 '유학파에 서울대 나온 서울대 교수니까...'라는 비뚤어진 나의 시선(학벌에 대한 열등감)과 마주하기도. 

아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이런가? 수치심에 몸 둘 바를 모르다가 문득 나의 무지함에 고개를 떨구며 순해진다. 공부를 무지하게 많이 하신 저분도 고통스럽게 진리를 탐구하며 무지를 깨닫는다니...나의 갈 길은 멀고도 멀겠구나...라며.

아아, 저 대목을 곱씹으며 읽다보니 줄어들진 않고 불어서 식어버린 쌀국수만이 애처롭구나. 반만 끓일 걸...이라는 후회를 하며 나처럼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이 적은 소수의 사람을 위해 반 인분씩 나누어 포장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발한 아이디어 아닌가? 반 인분을 메뉴에 넣어주시라. 부디....그럼 좀 쉬었다가 또 먹을 수도 있는데...쩝;;;;; 아침 먹은 설겆이를 하려는 데 해가 벌써 중천에 떴...산책 다녀와서 또 밥을 먹어야 하다니.... 삶은 이토록 참 단순 무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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