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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그렇다면 저도 진리와 화끈한 로맨스에 빠져 보고 싶습니다.
"음, 혹시 더닝-크루거 효과라는 말을 들어보았나요? 일종의 심리편향인데, 쉽게 말하자면 이런 거죠. 무식할수록 용감하다. 무식한 사람일수록 진리를 안다고 설치는 반면, 유식한 사람일수록 진리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하는 거죠.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매체에 나와서 '진리'를 설파하는 사람은 대개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아요. 사람은 결국 죽는다는 게 인생에 대한 스포일러라면, 진리를 결국 다 알 수 없다는 게 학문에 대한 스포일러입니다. 요컨대, 진리를 알기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무지함을 깨닫기 위해서 학문을 하는 셈이죠.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p.94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중에서
오라비 가게에서 얻어 온 새우와 꽃게까지 넣어 정성스레 끓인 쌀국수를 반 이상 남기고야 말았다.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걸 남겼다고? 라고 놀라시겠지만, 뷔폐 식당이나 무한 리필 집에 가면 언제나 막심하게 손해 보는 기분을 모르면 말을 마시라! 그렇게 적게 먹고 어떻게 사니? 라고 속으로 재수가 없어 하며 눈을 흘긴다면 답은 하나다. 나를 닮은 딸과 나는 매일 조금씩 자주 먹는다는 것. 그게 얼마나 귀찮은지 님들은 아실까? 또한 돈도 만만찮게 든다. 특히 훌륭하신 딸님이 그러하시다. 매번 똑같은 음식을 자주 나누어 드릴 순 없으니 말이다. 안 그럼 짜증이 대폭발하시어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 김영민> 한약을 먹기 위해 아침을 먹게 되면서부터 다시 읽기 시작한 책이다. 부쩍 소화 기능이 떨어진 덕에 느리게 밥을 먹다 보면 너무 무료하고 지루해서 책을 아니 읽을 수가 없다. 그가 가벼운 듯 가볍지 않게 역설적으로 던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때론 나도 모르게 '유학파에 서울대 나온 서울대 교수니까...'라는 비뚤어진 나의 시선(학벌에 대한 열등감)과 마주하기도.
아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이런가? 수치심에 몸 둘 바를 모르다가 문득 나의 무지함에 고개를 떨구며 순해진다. 공부를 무지하게 많이 하신 저분도 고통스럽게 진리를 탐구하며 무지를 깨닫는다니...나의 갈 길은 멀고도 멀겠구나...라며.
아아, 저 대목을 곱씹으며 읽다보니 줄어들진 않고 불어서 식어버린 쌀국수만이 애처롭구나. 반만 끓일 걸...이라는 후회를 하며 나처럼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이 적은 소수의 사람을 위해 반 인분씩 나누어 포장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발한 아이디어 아닌가? 반 인분을 메뉴에 넣어주시라. 부디....그럼 좀 쉬었다가 또 먹을 수도 있는데...쩝;;;;; 아침 먹은 설겆이를 하려는 데 해가 벌써 중천에 떴...산책 다녀와서 또 밥을 먹어야 하다니.... 삶은 이토록 참 단순 무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