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곁에 있습니다 - 임종진의 사진치유 에세이
임종진 지음 / 소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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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부터인가 누군가의 피사체가 되는 것을 피하고 있다. 셀카만큼 사진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왠지 내가 대상화되는 것 같은 불안감이 들기 때문이다. 폰 카메라의 기하급수적인 발전으로 인해 누구나 거리의 사진가가 되었지만, 반면 낯선 사람의 불온한 시선이 나를 향해 있는 것은 아닌지 몰카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다.

내가 임종진 ‘사진 치유가’를 만난 건 <사는 건 다 똑같디요>라는 제목을 건 그의 사진전에서 였다.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을 의식적으로 피했던 그때, 지독한 길치였던 내가 용기를 내어 그의 사진을 물어물어 보러 갔던 것은 나의 엄니가 태어난 북에 대한 호기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깝고도 먼 그곳 사람들의 모습을 어떤 시선으로 담았을 지 작가의 시선이 몹시 궁금했던 것. 사진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낮은 목소리는 사진을 대하는 아니, 사진 속 사람들을 존중과 사랑으로 대하는 것이 느껴졌는데 그 낯선 풍경이 생경했지만, 따스한 기억의 편린으로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하여 그의 책이 나온다는 소식은 사랑하는 그이가 온다는 소식만큼 설레고 반가웠다.

천천히 깊고 느리게 서두르지 않는 그의 사진처럼 그의 글을 꼭꼭 씹어 몇 날 며칠을 가슴팍에 아로새겼다. 그의 따스하고 다정한 시선은 세상의 고통과 상처와 함께하고 있다. 단언컨대 그는 자신의 욕망과 이기심을 내려놓고 그들을 위해 기꺼이 카메라를 끌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사진에선 억지로 만든 이미지가 아닌 사람 사는 이야기가 흘러넘치고 상처와 아픔을 디디고 지금을 살아가는 진짜 사람의 냄새가 난다.

이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진심으로 다가서는 사람, 셔터를 마구 누르는 대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순간을 오래오래 지켜보는 사람, 그런 그의 글이 메마르고 시린 내 마음을 따스하게 적셔 주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닌가!

불현듯 우리에게 닥친 코로나로 인해 각박해진 나날들이 버거운 그대들이여, 당장 이 책을 당신 곁에 두시라. 그대들의 시선도 조금은 더 다정하고 선해지리니.

그의 사진을 보며 다시 마음에 새겨 묶었다. 그가 남긴 것은 사진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p.95

한 사람 한 사람 귀하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는가. 스쳐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을 가벼이 볼 일이란 앞으로도 내게 없을 것이다.
p.103

나는 어디든 내 눈과 가슴으로 직접 발을 딛고 바라볼 수 있어야 직성이 풀린다. 사람에 관한 일이라면 몸과 마음을 다한다. 그렇게 해야 더 깊이 볼 수 있고 조금이나마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더욱 중요한 것은 내 눈과 가슴으로 직접 담아둔 기억은 잊어버릴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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