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미터 그리고 48시간 낮은산 키큰나무 17
유은실 지음 / 낮은산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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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우면 컵라면 한 번 더 사
그땐 편의점에 나란히 앉아서 먹자

인애에게서 늦은 답장이 왔다. 나는 조금 행복했다. 깨끗하게 낫는 날은 오지 않더라도, 인애와 나라히 앉아 컵라면을 먹는 날은 꼭 올 거 같아서. p155

중1 때 그레이스 병에 걸린 정음은 약물 치료를 4년간이나 받았음에도 세 번째 재발하게 되어 요오드 방사능 치료를 받게 된다. 

48시간 동안 정음이가 모든 이들과 떨어져 있어야 안전 거리는 2미터이다. 자신으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보게 될까 두려워 가출을 하면서까지 스스로를 고립시키려는 사투에 가까운 48시간의 여정이 어찌나 안타깝고 눈물겨운지! 함께 하겠다며 오기로 했던 친하다고 말하던 친구들은 오지 않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인애의 등장에 정음도 나도 놀랐다. 

-일부러 심슨이라고 불러 본 거야. 그냥 편하게 받아들이라고. 나라면 아이디랑 카톡 프로필을 심슨으로 바꾸겠다. 그럼 심슨이 놀림 받는 말이 아닌 게 되잖아. 세상을 바꿀 수 없대. 나를 바꿔야지. 친한 친구니까 하는 얘기야.

-진심으로 충고하는데, 너 그렇게 우울한 얼굴로 늘어져 있으면 옆에 있는 사람이 피곤해. 좀 웃어라. 너보다 더 아파도 잘 웃는 사람 많잖아.

스스로 건강하다 믿는 정상인들은 아픈 몸을 가진 이들에게 충고한답시고 이토록 무례하게 굴며 자신이 아픈 사람과는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하고 싶어한다. 이렇듯 아픈 몸은 공감의 대상이 아닌, 무조건 잘 참아야 하지만 동정받아 마땅한 불쌍한 존재이면서 충고를 받거나 때론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리하여 모두와 2미터를 벌려야 하는 그 시간, 숨 쉬는 것만으로도 주위에 피해를 줄 수밖에 없는 막막하고 외로운 그 시간을 홀로 보낼 정음이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나타난 인애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인애는 정음이를 동정하거나 충고하지 않고 딱 그 거리만큼의 공감과 지지를 보내준다. 

'2미터'는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거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의 거리처럼,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그 거리, 서로를 외면하거나 아프게 하지 않을 그 거리에 서서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주는 것만큼 든든한 것이 또 있을까? 각박한 세상에 많은 '인애'들이 아픈 이들과 어우러져 살아간다면 몸이 아픈이들이 마음까지 다치는 일은 없을 테고 세상이 조금더 따스해지지 않을까? 

얼마 전 아프고 힘들었을 때 마음을 나누어 주신 고마운 이들의 따스한 이름을 밤하늘의 별을 세듯 하나둘 떠올려 본다. 

#2미터그리고48시간 #유은실 #청소년소설 #낮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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