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해.”, “올라가지 마.”, “옷 입어.” 식의 과보호는 여아가 어른이 되어도 습관처럼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이런 고정관념은 남아가 여아의 묶은 머리를 잡아당기거나 치마를 들추는 장난을 치고서 “널 좋아해서 그랬어.”라고 말할 때부터 시작된다. 순간 공격을 당하거나 존중받지 못해도 그것이 사랑의 표현이 될 수 있다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남아는 여아를 좋아하지 않아도 그렇게 괴롭힌다. 이런 상황에서 여아에게는 그 행동을 허용하거나 용서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남아에게는 어떤 형태로든 그런 행동을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가르쳐야 한다. P.202
초등학교에 다닐 때 이런 남자애들이 반에서 절반 가까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치마를 들치며 '아스깨기'를 외치던 능글맞은 녀석들은 언제나 승자였고, 순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수치심에 떨던 우리들은 늘 약자였다. 심지어 똥집을 하거나 고학년 때는 몽아리진 가슴을 꼭 찌르고 낄낄대며 줄행랑을 치는 진짜 무식한 놈들도 꽤나 많이 있었지만, 화를 내거나 울어봐야 그 짖궂은 괴롭힘을 멈추게 할 방도는 없었다.
그 당시 나를 몹시 못살게 굴던 녀석이 있었는데 둘 다 키가 작다 보니 자주 짝이 되곤 해서 학교생활이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오빠에게 말해서 그 애를 혼내 주기까지 했지만, 그 녀석의 괴롭힘은 심해지면 심해졌지 졸업을 할 때까지 결코 끝나지 않았다. 이제와서 고백하건대 그 녀석은 정말 싫었지만, 공부 잘하고 인기 많은 남자아이들에게 이런 관심?도 못 받게 되면 어쩌나? 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저 몹쓸 녀석이 스무살 무렵 반창회 때 마다 술 쳐드시고 그때 너를 좋아해서 그런거라고 미안하다 사과를 하는데 속으론 정말 짜증났었다는...그리고는 결혼 적령기?에 갑자기 프로포즈를 해서 "야! 너 미친거 아냐! 너는 내 스타일이 절대로 아냐!"라고 말해서 아주 통쾌하게 복수?를 했답니다 하하하)
그때는 그 누구도 그 행동을 허용하거나 용서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준 어른이 없었고 어떤 형태로든 그런 행동을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가르치는 선생님도 없었다. 세상이 엄청나게 바뀌었다고들 하지만 성희롱, 성폭력은 물론 연인끼리의 데이트 폭력 등 아직도 여전히 만연해 있는 남성에 의한 성범죄가 줄어들지 않은 걸 보면 남아들에게 하는 교육은 조선 시대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기우일까?
"널 사랑해서 그런 거야!" 라는 달콤한 말에 속아 폭력을 당하거나 존중받지 못해도 그것이 사랑의 표현이 될 수 있다고 여기게 되는 여성들이 하루빨리 현실을 자각하고 더는 고통받지 않기를 바란다.
*출판사 소개 글을 보고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라서 주저리주저리 쓴 글이다. 이 책은 꼭 구매해서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