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베티 큰곰자리 47
이선주 지음, 신진호 그림 / 책읽는곰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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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베티 | 이선주 장편동화


동화책을 이렇게 오래 걸려 읽은 적은 처음이다. 엄마의 말실수로 인해 유일하게 친구가 될 뻔했던 친구와 멀어진 후 학교에서 외톨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서연이가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 주는 필리핀에서 아빠를 찾아온 베티와 친구가 되면서 서로의 상처를 다독이며 성장해 가는 따스한 이야기이다. 읽는 내내 서연의 대사나 독백에서 열 두살 때 어릴 적부터 함께 지내온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후, 지금껏 '혼자'라는 고립된 섬에 사는 사랑하는 나의 딸이 생각났다. 예리한 칼날이 가장 약한 곳을 그어 대는 바람에 숨을 고르고 몇 번이고 책을 덮어야만 했지만, 기어이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깊숙이 울었다. 서연과 베티 그리고 나의 딸은 얼마나 아팠을까....


베티는 코피노라 불리는 아이다. 한국 남자들이 필리핀에서 만난 여자와 무책임한 관계를 맺고 그 결과로 아이를 가지지만, 한국남자들은 도망치듯 한국으로 돌아가고 필리핀에 무참히 버려진 아이들을 부끄럽게도 '코피노'라 부른다. 베티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생물학적 아빠를 보게 되는데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일까? 베티의 엄마는 미련하게도 자신을 버린 사람을 못 잊고 찾아나섰지만 베티는 다르다. 베티는 용기 내어 말한다.


"나는 나예요. 나는 베티예요. 베티 앙이 아니에요. 베 티강이 아니에요. 나는 나예요. 나는 베티예요." p.199


서연처럼 어른들로부터 착함을 강요받았던 베티도 서연과 함께 하면서 용기를 내어 마음속에만 있던 이야기를 하게 된다.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연대의 힘이 발휘되는 순간, 가슴이 뭉근해지고 코끝이 찡했다.


그래 맞아, 나한테도 친구가 생겼어. 그런데 얼마 전 그 친구가 떠났어. 하지만 하나도 슬프지 않아. 일부러 그런 척 하는게 아니라 정말로 그래. 왜냐하면 내 마음 속 깊숙한 곳에 있던, 베티가 불러내 준 나 자신이 늘 나와 함께 하거든. 나는 이제 내 안에 있는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늘 데리고 다닐 거야. 그 애를 발견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나도 그냥 지나칠 거야. 그러다 누군가 그 애를 발견한다면, 내가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 거야. 그러고 말할 거야.
우리 같이 걸을까? p.216


나의 딸도 언젠가는 자신을 발견해 주는 누군가를 만나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게 되기를....그리하여 그 외로운 섬에서 걸어나와 단단해진 자신과 마주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얼마 전 아이 문제로 힘들어 하는 친구에게 말했다.

"난 네가 그냥 ㅇㅇ였으면 좋겠어 ㅇㅇ엄마는 싫어. 난 네가 그냥 ㅇㅇ라서 좋아."
라고.


우린 모두 "그냥 베티" 라야 행복하지 않을까?


#그냥베티|이선주장편동화
#책읽는곰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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