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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도둑 ㅣ 환상책방 10
정해왕 지음, 파이 그림 / 해와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나이 도둑 | 정해왕
어릴 때 엄마가 그랬다. '늙으면 죽어야지....’ 라는 할머니 소리는 거짓말이라고. 할머니는 내 딸이 만삭일 때 하늘의 별이 되셨고 이젠 할머니처럼 늙어가시는 엄마가 종종 “늙으면 죽어야지...’ 라고 말한다. 눈 뜨자마자 누워서 허리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데 생명 넘치는 나의 딸이 나와서 한마디 던지신다.
"엄마, 내가 돈 줄 게. 염색 좀 해. 할머니 같아!”
30대 초반부터 스트레스성으로 시작되었는데 지금은 새치머리가 점점 불어나고 있다. 나도 할머니처럼 엄마처럼 나이를 먹고 있다는 증거일테지.
정해와 작가의 <나이 도둑>은 남은 나이를 훔쳐가는 욜로바 마녀에게 나이를 빼앗긴 13살 소녀가 할머니가 되어버리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할머니 때문에 아빠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오해를 하며 어릴적 자신을 키워 준 할머니를 싫어하게 된다.
버스 안에서 자리를 양보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노인들을 혐오하는 주인공 아이의 모습에서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지만, 흥미진진한 사건의 전개와 아이들의 발랄함이 그 무거움을 날릴 만큼 기발하고 재밌는 이야기이다.
이미 먹어버린 사과는 훔칠 수 없지만, 아직 먹지 않은 사과는 훔칠 수 있다.
나이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나이를 도둑맞게 된 건 바로 노인을 혐오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조심하시라. 골목 모퉁이에서 초승달 문양이 그려진 욜로바 마녀가 나타나 당신의 나이를 훔쳐 갈 수도 있으니!
#나이도둑|정해왕
#해와나무환상동화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