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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ㅣ 쏜살 문고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이민경 추천 / 민음사 / 2016년 11월
평점 :

*누구나 자기만의 방이 있다.
눈 뜨자 마자 손에 잡히는 책들이 몇 권 있다. 요즘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을 누워서 읽는다. 아들이 온 후로 주방겸 거실로 쓰고 있는 공간에서 잠을 잔다. 나의 방에 은행나무?로 만든 수제 책장은 그대로 둔 채로 당장 필요한 책들만 거실 한 켠으로 옮겨졌다. 엄마라는 이유로 나만의 공간이 잠시 부재 중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이 정도의 불편함은 이제 나름 익숙해지고 있다. 딸이 저녁에 티비를 보는 날엔 나의 방은 집 앞 카페로 옮겨진다.
오래 전 정상가족의 일원으로 살 때에도 나만의 방은 없었다. 안방은 아빠와 두 아이와 함께 자는 공간이었고, 작은 방 하나엔 아이들 옷장과 책이, 다른 방엔 위탁을 하던 부모 잃은 두 형제의 방이었다. 나는 주로 주방에서 거실에서 온종일 종종 거리다 욕실에서 아이를 씻기고 안방에서 칭얼대는 아이를 재우다 지쳐 잠이 들곤했다. 버지니아 울프가 말하는 자기만의 방은 눈에 보이는 실체로서의 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그 당시엔 나를 응시하고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나만의 방, 그 물리적인 공간이 없었을 뿐더러 나의 마음에도 자기만의 방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존재할 수가 없을 만큼 육아와 살림은 노동의 강도가 매우 셌다.
버지이아 울프가 생존했던 여성에게 참혹한 시대을 지나 지금은 여성도 남성들처럼 시를 읊조리고 글을 쓰고 예술을 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서 여성으로서 사는 삶이 과연 나아졌다고 할 수 있을까? 전에는 이보다 더 했노라고, 이 정도면 엄청 좋아진 거 아니냐며 어줍짢은 위로랍시고 던지는 이가 있다면 한 대 후려 갈기고 싶은 심정이다. 어떤 성을 가지고 태어났던지 엄마 양수 속에서 나와 탯줄을 자르고 세상을 향해 울음을 터트리는 그 순간부터 모든 인간은 하늘 아래 공평한 시작을 해야한다. 누구나 자기만의 방을 가져야 하고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고 나 조차도 스스로에게 주억거리는 잔인한 봄밤이 깊어만 간다.
#자기만의방|버지니아울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