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 사계절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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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시대의 품격과 존엄

어릴 때 살던 동네에 구멍가게를 하면서 노모와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 청년이 있었다.. 엄마 심부름으로 그 가게에 갈 때마다 장애인 청년과 시선이 마주치는 것도,잔돈을 거슬러 줄 때 어쩌다 그의 손가락이 내 손바닥에 스치는 것도 끔찍히 싫었다. 마치 송충이가 내 몸을 기어다니는 것처럼 온몸에 소름이 돋곤 했다. 그것이 혐오라는 것을 나는 어른이 되고서도 한참을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동화를 쓰면서 자연스레 지금 우리나라에 만연되고 있는 혐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유없는 혐오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어린 나는 상대가 나를 공격하거나 위협하지도 않았고, 내가 손해를 보거나 상처를 받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그가 나와 다른 몸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도 혐오라는 감정을 무의식적으로 가지게 되었다.


이 무의식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세상이 바라보는 시선을 아이 때 부터 그대로 답습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문득 겁이났다. 이 땅의 아이들에게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별 다른 이유없이 누군가를 혐오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말해 주고 싶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혐오의 대상이 되거나 동정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철없던 어린 시절에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를 미워하고 끔찍스러워 했던 옳지 못한 내 감정을 속죄하는 마음으로 합평 받을 단편 동화 <봉수마트>를 마감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품격 높은 삶을 추구한다. 그렇다면 역설적으로 품격 높은 삶이 있다면 품격 낮은 삶도 존재 하는 것이고 품격이 없는 삶도 존재 하는 것이리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열등한 몸을 가지고 정상인들 위한 시스템 속에서 어떻하든 삶을 견뎌야 한다. 품격있는 삶을 살고 싶어도 그들의 일그러진 몸이 이내 품격을 무너뜨리고 말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에게는 인간으로서의 실존적 존엄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사람을 가르고 나누는 품격을 벗어 버리고 인간으로서의 도리와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고 싶다.


#실격당한자들을위한변론|김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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