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구의 포구기행 - MBC 느낌표 선정도서, 해뜨는 마을 해지는 마을의 여행자
곽재구 글.사진 / 열림원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이 찾아올 때.... 그 순간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행복해진다. 길을 걷다 까닭없이 웃고, 하늘을 보면 한없이 푸른빛에 가슴 설레고, 엘레베이터에서 안에서 만난 모르는 이에게도 '안녕' 하고 따스한 인사를 한다. 사랑이 찾아올 때. 사람들은 호젖이 기뻐하며 자신에게 찾아온 삶의 시간들을 충분히 의미 깊은 것으로 받아 들인다.
외로움이 찾아 올 때, 사실은 인생에 있어서 사랑이 찾아올 때 보다 귀한 시간이다. 쓴 외로움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한 인간의 삶의 깊이, 삶의 우아한 형상들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P.19 곽재구의 [포구기행] 중에서

'단 한 순간도 외롭지 않은 적이 없었다.'라고 말하면 억측일까?
뜨거운 사랑에 온 마음이 활화산 처럼 타올랐을 때에도 그런 그를 깊이 껴안고 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던 치열했던 순간들 속에도 분명 외로움이 봄볕에 스미어 있는 소소리바람처럼 불어댔다.
그와 사랑을 하는 동안에는 잠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고 조금의 간극도 허용할 수 없었기에 사랑 할수록 더 외로워지곤 했다.

어느덧, 아득한 상처의 강이 삶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유유히 내 심장을 뚫고 지나가는 날이 찾아왔고 조금은 너그럽게 시퍼렇게 멍들었던 지난 청춘을 다독일 수 있게 되었다.

어느새 해가 지도록 노래하던 새들도 지쳐 잠이 들면 이윽고 고요와 적막이 울창한 숲이 되어 온 마음을 에워싸고 홀로 마주하는 아직은 차가운 새벽녁의 외로움이 저만치에서 머쓱해진 나를 바라보고 있다.
조금은 외롭지만 피아노 선율에 느릿한 춤을 추듯 흔들리며 다가와 안기는 고독한 무희같은 *오롯한 이 시간의 침묵이 참 좋다.

그래, 언제나 홀로 서서 맞딱뜨리는 외로움은 
늘 낯설고 얼마쯤은 아프지만, 조금씩 깊어져 가는 나를 깊숙히 바라보는 이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리라고 자위해 본다.
외로움이란 '덜 외롭거나 더 외롭거나'의 
차이 일 뿐,
'누구나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다' 라는
어느 시인의 말을 주억거리며 ....

삶은 또 그렇게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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