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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식물일기 ㅣ 리네아의 이야기 3
크리스티나 비외르크 지음, 레나 안데르손 그림, 김석희 옮김 / 미래사 / 1994년 12월
평점 :
잠시 바람이나 쐬러 여행을 가기로 했다. 하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어 한참 동안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땅 속에 있는 쐐기풀 뿌리가 땅 위에 있는 자신의 모습이 궁금하다며 나보고 여행을 대신 떠나서 알려 달라고 부탁하였다. 순간 나는 항상 땅 속에서만 지내는 쐐기풀 뿌리가 이해하기 쉽게 멋진 기행문을 써줘야겠다고 두 손을 주먹 쥐어 다짐하였다.
제일 먼저 가본 곳은 쐐기풀의 줄기이다. 쐐기풀의 줄기에는 가시가 있어서 더 매력적이게 보였다. 하지만 내가 걸어가기에 너무 따끔했다. 쐐기풀 줄기를 꽉 잡고 올라갈 수가 없었다. 가시에 찔리는 아픔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또 줄기가 긴 바람에 힘도 들었다. 조금만 쉬었다 가고 싶었다.
다음으로 가본 곳은 쐐기풀의 잎이다. 쐐기풀의 잎에 있는 복잡한 그물맥 떄문에 잘못하면 넘어질 뻔했다. 잎에도 줄기에서와 같이 가시가 있었다. 동물이나 곤충 등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모습이 참 기특해보였다.
잎을 다 구경하고 마지막으로 가본 곳이 쐐기풀의 뿌리이다. 땅 위 모습을 알려줄 겸 내려가보았다. 쐐기풀 뿌리에는 원뿌리와 곁뿌리들이 있었다. 뿌리는 정말 수염처럼 많이 퍼져있었다. 그래서 별명이 수염이다. 뿌리는 물과 양분을 얻는 일을 한다. 수염하면 할아버지가 생각나 인자해보여서 내 할아버지로 삼고 싶었다.
정말 힘이 들고 그대로 떨어져 추락할 것처럼 지쳤지만 내가 가본 곳 모두 자기가 할 일을 잘 맡아서 하고 있는 것을 보니까 불쑥불쑥 기운이 났다. 아주 뜻깊고 환상적인 여행을 다녀온 이 기분을 살아있는 한 잊지 못할 것이다. 얼른 나에게 여행을 부탁한 쐐기풀 뿌리에게 가서 멋진 쐐기풀의 땅 위 모습을 말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