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노글로브, 당신이 사는 세상
차노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7월
평점 :
우리가 흔히 '스노글로브'라고 하면 겨울에 감성을 돋우는 동그란 원형의 구 안에 들어있는 장식품으로 사랑 받는 제품이지만, 해당 도서의 표지를 보면, 어떤 한 사람이 스노글로브에 갇혀서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자화상인듯 해서 안타까웠고, 우리 각자는 본인 마음의 품질 관리를 잘못해서 삭막하고 각박한 인간 세상에 살면서 타인을 불신함으로써 오는 단절된 인간상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이 해당 도서의 내용을 표지를 통해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해당 도서의 구성은 일화 한 편이 독립적인 이야기를 구성하고 다시 그 이야기의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를 재탄생시키는 과정이 경이롭습니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 한필의 시선과 혼란스러운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작가의 필체는 어떤 영화적인 장치보다 더 생생하게 사건의 현장을 전달합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이야기는 전개되고, 급기야 소설의 마지막에는 더 큰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당 도서는 특히, 추리기법과 반전의 묘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도서 입니다. 한 과학자의 무모한 욕심의 근원은 자식에 대한 사랑과 죄책감이었기에 그가 저지른 만행과 혼란은 더욱 무겁게 다가옵니다. 인간이 인간답기 위해서 고통과 아픔을 마지막에서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한필의 모습이, 장 소장의 모습과 겹쳐집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다시, 각기 다른 스노글로브 속에 살아 있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이야기는 그 형태를 달리하면서 언제 어디서건 인류와 함께였습니다. 디지털 진화 시대의 이야기는 미디어의 경계마저 허물어내고 있습니다. 문명의 태동과 함께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온 이야기의 생명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적어도 이 소설은 한없이 나약한 인간의 기억, 그 조작된 기억에서 근거를 찾은 듯합니다. 이야기의 원천은 현실과 허상의 경계를 교묘하게 오가며 삶의 발전 가능성과 희망에 대한 무의식적 합의를 타진하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기억을 더듬어, 한필이 사라진 영서를 추적하는 과정은 영화적 상상력과 소설적 상상력의 절묘한 결합을 보여줌과 동시에 또 다른 매체로의 스토리 확장을 예고합니다. 꿈과 현실, 수조 안과 밖의 세계에 대한 대비를 통해 영화와 문학 사이의 상생의 길을 모색한 소설 입니다. 매체 전환 스토리텔러로서의 노련함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대목입니다. 소설의 내용이 영화를 보듯 머릿속에서 저절로 시각화 되어 연상되어 2가지 장르의 장점을 추출한 듯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라서 1석2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해당 도서를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