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 씨가 잘 알려줬어요?"
김 대리가 친한 척 말을 붙였다. 몇 년째 신입을 뽑지 않고 막내 사원급이 할 잡무를 11개월짜리 계약직 여직원에게 시키고 있는 사무실에서는, 정규직 중 김 대리가 제일 막내였다. 그리고 그 정규직은 다 남자였다. 일이 바빠서 여직원의 출산휴가를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출산휴가를 마치고 다시 일하려는 소위 ‘경력 단절‘ 여직원은 아이가 자주 아프다거나, 아이 맡아줄 사람을 찾느라 동동거리다가 곧 그만둘 게 뻔해서 싫다고 했다. - P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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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젊은 여성이 살해당했다고 하면, 어떻게든 죽을 만한 이유를 찾아내기 마련이다. 그가 불우해서,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질이 나쁜 남자를 사귀어서, 꼭 가지 말라는데 혼자서 외진 곳을 걸어가서. 그런 것이 여성에게는 ‘죽을 이유‘가 되었고, ‘죽을 죄‘가 되었다. 하지만 그날 살해당한 여성에게 ‘그럴 만한 이유‘는 한 가지도 없었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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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오는 밤 귀신날 호러 단편선
배명은 외 지음 / 구픽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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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각시>와 <창백한 눈송이>, <주인잃은 혼례복>이 가장 좋았다. 단편집은 늘 그렇듯 호오가 섞여있어서 귀신날이라는 특정 소재가 기대되는 분께만 추천드리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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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어서 선택한 길인데, 이제는 죽음을 얘기하고 있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싶어서 눈물이 난다.

말을 하는데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군대에서 눈물이나 뚝뚝 떨어뜨리다니, 정말 최악이었다. 하지만 사실은, 죽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살려고 집을 나왔고, 살려고 항공과학고에 갔다. 중학교 3학년 때의 그 마음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유진은 여기서 살아남고 싶었다. 남에게 휘돌리고 무너지지 않은 채로 깨지고 망가지고괴로워하더라도, 버텨서 더 앞으로 가고 싶었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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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희보다 위대해. 그건 오직 내가 너희와 달리 나 스스로 미물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내 세상을 내려다보았기 때문이다. 너희는 죽어서도 보지 못할 풍경을, 나는 보았기 때문이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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