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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란 무엇인가 - 하버드대 최고의 심리학 명강의
브라이언 리틀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5년 7월
평점 :
'성격'이란 무엇인가? '내 성격' 말고 그냥 '성격'
하버드대 최고의 심리학 명강의라는 타이틀이 떡하니 붙어 있는 책 <성격이란 무엇인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제목이다.
'내 성격'이란 무엇인가가 아니다.
'성격'이란 무엇인가다.
이 책의 관심사는 '당신 성격'이 아닌 '성격' 그 자체다.
B형 남자, A형 여자 같은 혈액형 별 성격을 얘기하는 게 아니오,
ENTP, ISTJ, INFO 같은 MBTI 성격 유형 같은 것을 다루는건 아니다.
보통 성격 관련 책을 보면,
진단표가 나오고 A 요소, B 요소, C 요소를 이용하여 내 성격을 뽑아내고 그것을 얘기한다.
이렇게 말이다.
'당신의 A+B+C로 보아 당신의 성격은 이렇소'
그리고 결과물인 유형별 성격에 대해 주야장창 설명한다.
우와 나 같은 사람도 있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보는 책 말이다.
이 책은 다르다.
최종 결과물인 내 성격보다는,
A, B, C 요소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고든다.
물론 그 요소들은 훨씬 복잡하고 상호연관적이다.
성격을 바라보게 되는 관점이 훨씬 입체적이고 복잡해진다.
그러다 보니 자칫 지루해할 사람도 있을 터.
영화로 비유하면,
성격유형 책이 할리우드 시원시원한 액션영화라면,
쾅쾅 터지고 부서지고 선악 구별 명확하고 말이다.
이 책은 뜨뜻미지근한 것 같으면서 주인공들이 흑도 아니고 백도 아닌 회색 지대에 있는 데다 이야기마저 종잡기 힘든 유럽 영화 같다.
단점이라면,
아 그래서 난 어떤 사람인데 한마디로 정리해줘 이런 맛은 없다.
장점이라면,
성격이라는 블랙박스 내부 설계도와 이루어진 부품을 최대한 많이 알 수 있게 된다.
수십 가지 색의 성격 팔레트를 주는 게 아니라,
마치 성격의 삼원색을 주는 격이다.
세 가지 색을 어떻게 조합하느냐 따라 무궁무진한 성격의 색을 만들어 수 있다.
무궁무진한 성격의 색을 가지고 타인을 그려볼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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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를 샤샤샥 훑어보자
책은 총 열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읽을 때 각 장 내용 쫓아가기 급급했는데,
한 번 읽고 다시 가볍게 훑어보니 각 장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하나의 큰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내가 과연 이 모든 것을 가볍게 압축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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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1 첫인상을 의심하라.
책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 개념은 바로 <개인 구성개념>이다.
이것은 테트리스의 작대기 마냥 이 책의 어느 페이지든 가지고 있어야 하는 개념이다.
재수 없게 아는 척하면서 설명하자면,
'부분적인 사례를 관찰한 뒤 그것을 개인적으로 재구성해 만든 개념, 겉모습이나 행동을 보고 그 사람에 대해 주관적으로 해석해 구성한 정보'
내 개인적이니 견해는,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이 보이는 것으로 이해하니 편하더이다.
부처님의 개인 구성개념을 가지고 있다면,
사람들의 행동이 부처님이 보이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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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인 구성개념은 성격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 이론의 중요 요소로 성욕, 무의식 욕구, 금기로 설명하는 것처럼,
스키너 같은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성격을 상황에 따라 우연히 발생하는 보상과 처벌에서 나오는 행동으로 설명하는 것처럼,
이 책은 개인 구성개념으로 시작한다.
이 개인 구성개념은 삶에 등장하는 사람과 사물과 사건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시험, 확인, 수정되고,
다시 우리는 이를 통해 세상을 들여다본다.
결국, 어떻게 들여다보느냐는 다시 행동으로 나타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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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를 또다시 샤샤샥 훑어보자
장 2 서른 살이 되면 성격이 석고처럼 굳어지는가.
여기서는 개인 구성개념으로 이루어진 성격 특성을 설명한다.
성격의 특성을 크게 성실성, 친화성, 정서적 안정성, 경험 개방성, 외향성 다섯 가지 요소로 나누고 설명한다.
읽다 보니,
나 자신이 상당히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경험 개방성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내 딸에게 가장 발달시켜주고 싶은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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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3 왜 나는 가정과 직장에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가.
이랬다저랬다 나 이중인격 미친놈인가요?
아니다.
성격의 생물학적인 근원, 사회로부터 학습, 그리고 나의 목적에 따른 변화의 충돌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
단,
그 격차가 지속하면 물론 부작용이 온다.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복 지대'를 가져야 한다.
영화 '셸 위 댄스'는 그 회복지대를 잘 보여준다.
일에 짓눌린 지루한 아저씨는 '춤'이라는 회복지대를 찾아서 분열된 나를 잠시 일체 시키는 기회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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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4 양파와 아보카도
내 고유의 성격이 있지만, 타인을 의식하는 정도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이를 자기 점검도라고 한다.
자기 점검 정도가 높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내 행동 이내 속한 환경의 규범과 기대를 반영하는지에 관심을 둔다.
자기 점검 정도가 낮은 사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에 관심이 적고,
내가 속한 환경의 기대보다 나만의 특성과 가치에 따라 행동한다.
한마디로 내 길.
내가 소심할지라도 자기 점검 정도가 높은 사람은 직업상 무대에서 미국 춤도 출 수 있다.
반면 자기 점검 정도가 낮으면 비즈니스라 할지 다로 미국 춤은 도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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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5 삶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믿음에 대하여
장 6 강인하고 건강하게
성격에 따른 건강 이야기를 한다.
드라마에서 불같은 성격을 가진 회장님들이 맨날 뒷목 잡고 쓰러지는 이유 말이다.
막장 드라마이긴 하지만 성격에 따른 건강은 잘 재현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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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7 나 홀로 영웅의 허상, 창조적인 사람은 행복할까.
창조적인 사람의 공통요소를 주의 깊게 본다.
많은 사람이 무척 흥미로워할 주제일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창조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창조경제를 만드는 사람 말고 말이다.
특히,
연구결과에 어린 시절과 관계된 이야기가 많다 보니,
내 아이 가정교육과 연결하여 생각하게 된다.
'얘야 나중에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돼서 나의 꿈의 차를 사주렴.
아빠는 이번 생에는 자력으로 사는 것은 포기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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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8 나는 어디에 있는가?
성격과 장소의 궁합 얘기,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한국에 있다 보니 별반 관심이 안 가는 장이다.
내가 살고 싶은 곳들은 내 꿈의 차 처람 이번 생에는 자력으로 불가능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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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 9 목표가 행복과 불행에 관여하는 방식.
성격은 DNA 혹은 사회적인 교육일 수 있지만,
개인 목표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다.
개인 목표의 핵심적인 특징 하나는 삶의 의미를 제공한다.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하나 나온다.
개인 목표를 세우는 것만으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느냐?
노!
의미 있는 목표를 추구해도 삶의 질은 아주 미미하게 향상될 뿐이다.
연구 결과를 보면, 목표의 의미보다 성취 가능성이 삶의 질을 향상할 공산이 크다.
한 목표 안에 성취 가능성과 의미가 공존할 때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
인생에 실현 가능한 목표는 삶의 질을 향상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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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10 서로 다른 두 자아와 잘사는 법.
그중 목표를 지속해서 추구하기 위한 필수 전략.
목표를 재해석하고, 목표를 설정한 자기 자신을 변화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맥락 관찰을 통해 상황을 정확히 살펴야 추구할 힘도 생기고 목표의 생명력이 길어진다.
작심삼일을 늘리기 위한 심리적인 꼼수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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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심드렁하게 살펴보았지만,
책은 절대 그렇지 않다.
읽고 나면 왠지 심리학이 대가라도 되는 양 자신감이 붙는다.
카우치 소파 하나 사다 놓고 상담하고 싶어지는걸.
'아직도 한밤에 깨어나지, 그렇지? 어둠 속에 일어나 양들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이런 대사와 hannibal@lecter.com 이메일 주소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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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알아서 뭐하게?
이 책을 읽으며 얻은 것.
우선, 인간의 본성과 다양한 삶의 질을 바라보는 새롭고 다양한 관점을 얻을지어다.
어차피 난 나에 대해서는 맞든 틀리든 한 없이 '확고'에 가까운 '상'이 있었던 터라,
따로 나의 성격이 궁금치는 않았다.
하지만,
타인을 바라보는 모형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었다.
마치,
'그 자식 성격은 개야!' 라는 생각이 책을 읽은 후,
'그 자식 성격은 비굴이야'라는 좀 더 섬세한 상을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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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이 가정 교육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교육도 어떤 목표에 대한 하나의 수단일 것 아닌가.
최종 목표를 아이의 행복일 텐데.
보통 부모가 '공부'를 강요하는 것은 그것만큼 좋은 '물고기 잡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공부로 좋은 직장을 얻어 행복을 성취하길 바라잖아.
하지만 말이야.
얘가 물고기 잡는 게 행복하지 않은 아이라면,
그냥 물을 보는 게 행복한 아이라면.
물고기 없이 풀만 뜯어 먹어도 살 수 있는 아이라면 말이다.
예전부터 차라리 행복을 유지하는데 비용이 적은 아이였으면 했었다.
막연한 바램이었건만,
이 책을 보며 조금이나 가정교육의 철학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행복을 유지하는데 비용이 적게 드는 아이.
아보카도처럼 안에 단단한 씨앗이 자리 잡는 아이.
외적 평가보다 내적 보상체제가 확실한 아이.
성격에 경험 개방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아이.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털이 곤두설 수 있는 아이.
강요는 안 하겠지만,
최소한 애 고유 특성을 놓치지 않고 알아줄 수 있을 것 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