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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 번역, 이럴 땐 이렇게 - 분야별, 주제별, 용도별 영어 글쓰기 강의 ㅣ 한영 번역, 이럴 땐 이렇게
조원미 지음 / 이다새(부키) / 2014년 11월
평점 :
글쓰기 책으로서 번역 교본
번역 교본은 글쓰기 공부하기에 나에겐 으뜸이다.
치열하게 번역을 고민하며 한글의 특성을 잘 파악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작년에 읽은 조원미 교수가 쓴 ‘번역 이럴 땐 이렇게’는 내 입맛에 맞는 책 중 하나였다.
날씨가 추워지는 계절 반가운 시간 소식을 들었다.
조원미 저자가 이번에는 한영 번역을 다루는 ‘한영번역 이렇땐 이렇게’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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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자료를 만들 때마다 불만이다.
고급 어휘를 마구 사용해 보지만,
다시 읽어보면 ‘균형감 없이 명품으로만 치장한 졸부’ 같은 영어 작문 실력이다.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묘하다.
문법이 어긋나지도 않았고 어휘도 온갖 웹 사전으로 선별한 단언데.
막연한 이 답답함은 책을 덮을 때쯤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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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교정
몇 해 전,
미국으로 유학 간 지인의 MBA 입학 준비과정이 떠올랐다.
상위 10위 MBA를 가고자 한 지인은 제법 큰 돈을 들여 컨설팅을 받았다.
입학 서류 중 하나인 영어 에세이는 수많은 교정, 교열을 걸쳤다.
준비가 한 참인 어느 술자리.
유학 얘기를 시작으로 영어 글쓰기의 어려움을 얘기하던 중 동석한 사람이 말하길,
‘와이프가 국제기구 연설 작성 관련 업무를 했었네, 한 번 에세이 봐달라고 해줄까요?’ 했다.
그 지인은 당연히 고맙다고 했고 그날 이메일로 보냈다.
몇 일 후 지인이 말하길.
‘생각보다 많은 부분을 지적해서 놀랐다.’
당시 ‘컨설턴트한테 비싼 돈 내고 교정·교열해봐야 소용없네’ 하고 말았었다.
이 책 서문을 읽다가 당시 일이 떠올랐다.
“대학에서 번역센터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영어로 쓴 자기소개서를 많이 보았습니다.
어떤 학생은 그냥 한글로 써 와서 영어 번역과 교정을 의뢰합니다.
어떤 학생은 영어로 써와서 교정만 의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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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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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을 했습니다. 교정은 문법적 오류나 의미 전달이 안 되는 부분만 찾아서 수정하는 것이지 전체 문장 구조나 표현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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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당시 지인은 열심히 교정만 받았을 뿐이었던 것이다.
문법적 오류와 의미 전달 부분만.
정작 전체 문장 구조나 표현이 전문가 눈에 거슬렸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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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을 보자.
본문을 보면 영어 글쓰기에 대한 프레임이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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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구조
책은 크게 두 세션으로 나뉜다.
세션 1은 이론,
세션 2는 목적이 다른 글에 따른 구체적 사례가 나온다.
세션 1은 다시 한영 번역의 기본,
우리말을 영어로 제대로 번역하려면 - 구조편,
우리말을 영어로 명확하게 번역하려면 표현편으로 나뉜다.
세션 1이 영작에 목마른 나에게 갈증을 해소해 줄 한 잔이다.
내용에 나오는 예시를 하나씩 보면 감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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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어의 ‘형용사+명사’ 구조
박수가 길어지자 더 떨렸다.
As applause continued, I became more nervous.
The longer applause made me more nervo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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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생물 주어와 동사 구조 및 표현
그는 분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다.
He behaves inappropriately.
His behavior is inappropriate.
낮잠을 자면 기억력이 좋아진다.
If you take a nap, your memory will be good.
Napping will improve your memory.
조건절을 기계적으로 If로 시작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많이 의식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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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말 구조를 영문 구조로 바꾸는 영어의 ‘부사’ 사용 공식
그 사실에 대해 기록된 것이 많다.
There is much record about the fact.
The fact is extensively recor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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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영어의 동사+목적어+전치사 구조 및 표현
숲에 산불이 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We should protect forest against wildfires.
We should offer forest protection against wildfires 명사화.
품사를 유지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동사를 명사로 유연하게 변화하여 문장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격일 높인다고 protect의 고급 어휘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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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명사 사용 반복을 피하는 영어의 대명사 사용법
대학은 윤리기준이 높아야 하고 모든 교직원은 이런 윤리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
What universities need to do is to have a high standard of ethics and all academics and managers must be committed to this princi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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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동사 번역
신용카드사기로 인한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직역 Damage incidents are rapidly emerging due to credit card scam.
"신용카드 사기"를주어로 하고,
피해 사례 속출"을 영어의 형용사+명사 구조로 바꾸어 "속출된 피해 사례"를 목적어로 정한다.
그리고 주어와 목적어 사이에 을영어 동사를 생각해 봅니다.
번역 >> Credit card scam engenders an accelerating number of damag incid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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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전치사구 번역
그나마 잘 활용하고 있는 부분인 듯 하다
임금 인상 대신에 특별 수당이 지급되었다.
A bonus was paid in lieu of a wage incr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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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우리말의 서술어를 영어의 목적어로 전환하는 방법
톰 크루즈가 방한해서 영화를 홍보했다
Tom cruise came to Korea to promote his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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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문장과 문장, 문단과 문단을 이어 주는 연결어 공식
연결어에 대해 단순히 besides, furthermore, on the other 등 사용했던 것만 썼는데,
좀 더 신경 써서 다양한 재료를 갖춰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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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우리말의 긍정은 영어의 부정으로, 우리말의 부정은 영어의 긍정으로.
한 번도 고려해보지 않는 상황이다.
완전히 취약하다.
삼성은 전자기기 개발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Samsung is outstanding in developing electronic devices.
Samsung stands unchallenged in developing electronic devices.
단 음식을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It’s good not to eat sweet food too much.
Sweet food should be consumed moderat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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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활용
내가 알파벳으로 힘겹게 쓴 이메일을 쭉 살펴본다.
‘한영 번역, 이럴 땐 이렇게’에 나온 번역 구조편을 훑는다.
고쳐 할 부분이 많았다.
고급 어휘만 배치했을 뿐 정작 구조 관점에서는 아름답지 못한 글들이다.
책에서 나온 ‘영어식 문장 구조로는 어색한 예’에 최적화된 문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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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회사 책상 책꽂에 꽂혀 있다.
꾸준히 옆에 두고 커피숖 잡지 처럼 틈틈히 보려 한다.
책보다는 사전처럼 시간 날 때마다 뒤적거리고 있다.
언어는 입으로, 손으로 체화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수시로 볼 생각이다.
영어 작문 수준이 중급이상 이면 일반 영어 글쓰기 책 보다는 이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