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의 하루 - 권력 아래 가려진 왕비들의 역사 하루 시리즈
이한우 지음 / 김영사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왕비의 존재를 내가 유일하게 접할 기회는 사극이다.

그 외 왕비를 조명한 매체를 접한 기억이 없다.
책 표지만 보고 머릿속에 번쩍 든 왕비의 이미지는 두 가지다.
하나는 드라마에서 수동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모습.
다른 하나는 후궁들끼리의 싸움.
마지막으로 외척 정치 싸움의 창끝 역할.
.
이런 이미지를 가졌지만,
제목과는 약간 다르다.
‘왕비의 특별한 하루’가 더 적정할 것 같다.
책을 읽기 전 기대한 부분은 특수한 상황이 아닌 일상의 왕비의 삶을 보고 싶었다.
예를 들어,
오전 8시 20분, 오후 3시 30분, 저녁 10시 00분 같은 평범한 하루를 어떻게 채우는지가 궁금했다.
도대체 산후 조리, 육아, 제사 등등 현대 여성들의 일상과 포개지는 부분이 궁금했다.
현대 알파맘으로서의 일상을 엿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쉽게도 기대한 부분과는 달랐지만,
다른 시각에서 또 다른 흥미를 부른 책이다.
.
기억이 남는 부분은,
그 동안 조선시대는 원래부터 가부장적 이였다는 편견을 깬 부분이다.
가부장적인 사회, 여성 재혼을 금하고 은장도로 상징하는 수절을 강요한 부분은 언제 부터였을까?
놀랍게도,
조선건국 때부터 생긴 것이 아니었다.
성종과 인수대비 때 두드러지게 여성 억압의 문화를 연 것이다.
재혼 금지.
재혼으로 낳은 아이는 공직에 오를 수 없다.
이를 내훈으로 만들었다.
.
“ ‘내훈’을 편찬하면서 여성들을 가부장적 질서 속에 묶어놓은 인수대비는 1476년 7월17일 아들 성종을 통해 과부의 재혼 금지 및 재가 자손이 벼슬길을 금하는 법제를 확립시킨다. 그리고 이 질서를 기반으로 성종의 왕권 강화를 꿈꿨던 며느리 윤 씨를 살해한다.”
.
재혼 하나라고 할 수 있지만,
과부가 재혼까지 가는 과정, 만남, 연애 등등으로 고려하면,
이에 파생되는 억압적 문화는 많을 것이다.
게다가 재가 자손의 별슬길까지 막았으니 말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 전까지는 자유로웠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재혼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지만,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눈에 띄는 일이였고,
가십거리였다.
성종과 인수대비 이후 만든 이 내훈의 꼬리는 현대 사회에 넘어서도 흔들고 있었던 것이다.
.
파스칼은 팡세에서 클레오파트라의 코, 만약 그것이 조금 낮았다면, 이 세계의 모양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사랑’이 역사의 방향을 조금 바꾼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왕비의 하루,
특히 외척과 관련된 왕비 사례를 보면,
‘모성’이  움직인 역사를 실감한다.
왕비들은 본인이 권세를 누리기 위한 인상보다는,
자식의 안정적인 권세를 위해 권력 다툼에 뛰어든다.
역사를 대의로 움직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디젤, 가솔린 다양한 연료로 차가 움직이듯,
역사 또한 다양한 동력원이 있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
아주 사소한 욕망, 질투, 신념, 탐욕, 자본주의, 모성, 광기 등등.
이 책은 역사라는 아웃풋에 ‘모성’이라는 인풋이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