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어떻게 쓸까? - 한뼘자전소설 쓰기의 이해와 작법
한국미니픽션작가모임 지음 / 호미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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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길이 소설쓰기라 골랐다

제목과 목차를 살펴보고 두 가지 램프가 켜졌다.

첫째 램프,

‘한 뼘 길이 소설 쓰기라고? 이건 좀 만만한데.’

‘당신도 주말 목수! 버즈 두바이를 지어보자.’라는 책 제목을 보면,

보자마자 힘이 쫙 빠진다.

열심히 목공 기술을 익혀 너도나도 버즈 두바이를 짓자고?

‘이야호 의욕이 열정적으로 빠져나가는구나.’

쭉쭉.

반면,

‘당신도 주말 목수! 강아지에게 집을’

강아지 집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만만하다.

강아지야 너라도 집이 있어야지. 

뚝딱뚝딱.

작심삼일이라지만,

삼일 간 배운 목공 기술이면 강아지 집 집은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마찬가지로,

소설 쓰기였다면 ‘내가 뭘 소설을….’ 하며 안 봤을 책이다.

그런데 한뼘자전소설이라니.

한 뼘 길이는 어떻게든 버텨서 쓸 수 있을 것 같어.

자 당신도 주말 소설가,

개똥철학으로 점철된 나의 인생에 대해서 써보자.

술 마시고 자뻑에 빠져 했던 그런 얘기들 이제는 소설로!

.

두 번째, 실용 글쓰기에 응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여기저기 스토리,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글이 보인다.

하다못해 중고나라 광고도 필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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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뼘자전소설 쓰기 능력은 취업 자소서(자기소개서)에도 활용될 수 있다.

내가 본 자기소개서 항목은 보통 400자, 많으면 1200자다.

한 뼘 길이다.

질문도 개인 경험을 묻는다.

당신이 실패한 경험.

성공한 경험.

거기서 얻은 교훈.

성장 배경 등등.

자전이다.

물론 소설을 쓰면 안 되지만,

소설의 스토리텔링 기법은 지루한 자소서에 리본을 달아주는 격이다.

한뼘자전소설 쓰기 능력은 분명 실용 글쓰기에도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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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떻게 정리해야하나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눈다.

한뼘자전설 쓰기 안내서는 전체 276쪽 중 72페이지다.

나머지는 한뼘자전소설이다.

한 뼘 길이의 자기 자신을 소재로 한 소설.

한뼘자전소설 이름 참 잘 지었다.

세종대왕 님이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듯하다.

72페이지까지 소설 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응축되고 압축되어 있다.

에스프레소처럼 압축 그리고 뽑아내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막막하고 장대한 소설 쓰기가 아닌지라 읽고만 있어도 한 뼘 소설 작가가 된 기분이다.

한 문장 정도까지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일합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호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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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소설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 간략한 답을 준다.

예를 들어, 

글 첫머리는 어떻게 잡을까?

블로그 새 글쓰기를 누른 후 깜빡이는 커서를 보며 멍하니 있을 때,

이런 도움말을 던져준다.

덕구를 잡아먹은 거예요? - 대화체로 시작하는 것은 어떤가?

오래전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다 - 남에게 들은 이야기로 시작해봐.

그림자를 따라다녔다 - 사건 발생으로 시작해 볼래.

세수하다 갑자기 지독한 치통이 왔다 - 행동을 직접 묘사하며 시작하는 것은?

날이 산 밑부터 어두워졌다 - 배경 풍경으로 묘사하며 시작한다.

모사나 필사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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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책은 이야기한다.

‘한뼘이라네, 친구! 중구난방 이것저것 쓰지 말고 한 장면만 잡아보게’

한 뼘 소설의 포인트는 바로 한 장면을 집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충고를 준다.

한 장면을 잡아라, 영화 한 장면처럼.

이야기를 잡아라.

이야기는 아직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

72페이지 이후 실제 소설은 꼼꼼히 읽진 않았다.

한 뼘 길이에 농축액이 담긴 소설들이다.

에스프레소를 연거푸 마시는 것 기분이다.

계속 읽자니 피로가 몰린다.

중간중간 유머러스한 글이 많았더라면….

조금 아쉽다.

자기 인생에서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자전소설이 더 많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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