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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온다!
세실 앤드류스 지음, 강정임 옮김 / 한빛비즈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노란 판화 디자인
노랑과 검정의 대비로 강렬하게 들어오는 판화 느낌 표지.
책 제목은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길지만,
한국어로는 어감이 혀에 잘 감긴다.
원제가 뭘까 궁금해진다.
의역인 건가, 직역인 건가?
나의 SF 경전으로 떠받드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처음 접했을 때도 비슷했다.
‘이건 대체 원제가 뭐길래 제목이 이리 길어?’
‘은하수…’의 원제는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이었다.
번역한 제목 무척 마음에 들었었다.
자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은 뭘까?
아마존을 찾아보니 원제는 ‘Living room revolution’이네.
거실 혁명?
직역했다면 무슨 내용인지 정확히 와 닿지 않았을 것 같다.
‘유쾌한…’은 길지만,
주제를 이해하기 좋게 잘 안내하는 제목이다.
‘무슨 내용일까?’ 궁금증을 뭉글뭉글 피어오르게 하기엔 충분하다.
소제목은 ‘행복은 타인으로부터 온다!’
느낌표 훈장까지 있는 제목이다.
한 번 알아보자.
유쾌한 혁명이 뭔지,
그리고 그걸 작당하는 공동체를 위해 어떤 가이드를 해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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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하는 목차
목차만 읽어 보면 전체 스토리가 잘 안 그려진다.
분명 주제는 있지만 직선도로로 가는 길은 아니다.
개성강한 소주제가 몇 개가 존재감이 있다보니 삼천포로 빠지게 된다.
쭉 읽고 뒤돌아 본 주관적인 목차는 이렇다.
01 타인으로부터 기쁨이온다.
공동체는 사람과 사람이다.
사람은 경쟁하도록 설계 된 것이 아니다.
정말인지 친절하게 알려주마.
가장 기억에 나는 대목은,
근본적으로 협력의 문제는 문화적 규범과 제도에 달려 있다.
미국은 자국민들이 이기적이라는 가정하에 국가 시스템을 설계했고 그것은 자기 충족적 예언이 되었다.
02 행복은 어떻게 오는가
공동체는 꼭 거창한 목표를 추구하진 않는다.
공동체는 개인의 행복을 목표로 한다.
그럴려면 행복을 뜯어 안을 들여다보자.
행복을 부르는 4대 요소는 이렇다.
관계 - 너와 나, 우리들!
소명 - 난 이 일을 하면 너무 행복해!
유희 - 몰입을 하고 기쁨을 노래하자.
통제 - 내 삶을 결정할 권리
이들을 이루기 위한 적합한 방법 또는 부싯돌은 ‘공동체’라 규정한다.
거창한 것은 아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거실 혁명이다.
우리로 따지면 반상회, 마을 회관이다.
옹기 종기 모여 서로 대화하는 것.
‘03 유쾌한 공동체를 소개합니다’에선 저자가 경험한 공동체를 소개한다.
‘이러이러한게 공동체지, 암 그렇고 말고’라 말한다.
이 공동체 구성원을 서로서로 인력처럼 잡아 당기는 것이 바로 ‘대화’다.
더 강한 인력을 위해, 대화를 위한 방법,
물론 소개한다.
04와 05에서는 나와 타인의 행복을 위한 대화 법을 알려준다.
아직 공동체 밖의 사람과 대화는 06 정중하고 절제된 담론에서 다룬다.
담론은 사회 변화를 부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담론이 퍼지기 위해선 구성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이 참여는 백년대계인 교육에서 비롯된다.
거대한 담론으로 끌고와 변화를 이루기 위해선 교육이 필요하다.
저자는 현행 교육의 한계를 지적하고 대안이 필요하다 말하며
‘07 자유로운 삶을 가르치는 교육’를 안내한다.
행복의 4대 요소중 하나는 통제다.
국가의 통제가 아닌 내 삶을 내가 통제하는 것을 말한다.
‘나라가 이꼴인데 행복은 무슨’ 소리가 나오지 않는 사회가 필요하다.
이런 협력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실천 과제는 모여서 얘기하는 것.
사회를 바꾸기 위해 단상 위에 오르는 방법도 있지만 사랑방에 옹기종기 앉어서 하는 대화도 하나의 방법이다.
‘08 스터디 써클: 민주주의를 위한 최고의 선택’ 그리고 그 스터디 써클의 구체적인 형태인 ‘09 행복 써클: 행복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 써클의 목적은 바로 협력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해선 열정, 기쁨이 필요하다.
이런 기쁨의 표현을 10 거리에서 춤추다라는 은유로 제시한다.
메세지는 공동체에 기쁨을 넘치게하라.
마지막으로 공동체의 씨앗을 뿌려줄 리더가 필요하다.
이 리더는 세계 오지를 돌아다니며 환자를 치료하는 ‘맨발의 의사’에 빗대어 맨발의 교사라 한다.
이들이 누구인지.
이들이 추구하는 존업성이 무엇인지 말한다.
목차 구성만으론 하나의 주제를 시원하게 관통하진 않는다.
읽으면서 몇 번 다시 목차를 보며 어디까지 온 건가 확인이 필요했다.
각 장의 내용은 풍부하나 어디가 상위 내용이고 어떤게 하위 내용인지 계층도를 그리기 쉽지 않았다.
즉, 총론은 명쾌했는데 각론에서 조금 헤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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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짜장면이 되어야 한다
책의 각론은 조금 혼란스러웠으나 총론은 흥미롭다.
특히 저자가 생각하는 ‘변화’의 시발점은 나와 비슷하다.
아래로부터의 변화.
하향식(Top-down)이 아닌 상향식(Bottom-Up).
중앙 정치에서 불을 붙이기보다는 지역 정치, 마을 정치부터 변화의 불을 붙이자는 생각 말이다.
공동체를 만들고 대화하자는 분명 좋은 방법이다.
우린 그걸 하고 있었어라고 말할 수도,
안 하고 있으라고 말할 수도 있다.
저자가 말하는 대화 내용과 방법을 읽자면,
거사를 치르기 전 백범 김구 선생 얼굴로 정치, 사회를 논하는 술자리가 떠오른다.
저자가 말하는 대화 원칙 중에는,
‘생각하고 느낀 것을 당당하게 말아라.’
‘열정과 에너지를 가지고 말하라.’
‘당신 이야기를 말아라.’
‘거침없이 웃어라.’ 등이 있다.
이것을 술 없이 해야 한다는 게 다르다.
이것을 타인의 거실에 둘러앉아 술 없이 동네 사람들과 하는 것이 바로 공동체의 시작이다.
이런 점 때문에 저자의 뜻엔 깊게 공감하나 실천 방법을 읽고 있자면 갸우뚱하게 된다.
저자의 공동체는 우리나라에 바로 적용하기 힘든 개념일 수 있다.
중국에서 태어난 짜장면이 한국에 와서 신토불이 음식이 되었듯.
저자의 공동체론 실천에는 분명 한국화가 필요해 보인다.
우선, 사람들이 다 들어찰 충분한 거실도 필요하고,
한 손엔 맥주를 들고 바비큐를 구울 수 있는 장소도 필요하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웃으면서 날씨 얘기하는 문화도 아니지 않나.
하지만 저자의 큰 그림엔 동감한다.
동네, 마을부터 시작하는 공동체, 스터디 서클.
이를 통해 사회적 담론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은 분명 진보가 발전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다.
그래서, 이 책을 다시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책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