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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한 수를 두다
장석주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고르게된 계기
일년에 몇 번 삼지선다를 할 기회가 있다.
앞에 세 권의 책이 주어지고 난 하나를 선택 한다.
이번엔 <인생의 한 수를 두다>를 뽑아 들었다.
간단한 소개를 읽어보았다.
‘바둑을 두며 이삭처럼 주운 지혜들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라….
바둑에선 대해 잘 모른다.
‘오목할 때 쓰는 돌과 판의 원래 용도’정도.
하지만 일상에서 바둑 용어가 많이 사용되는 것은 안다.
바둑 용어를 알면 일상을 보는 눈이 아주 조금이라도 넓어질 것이다.
명백한 승패를 뜻하는 불계를 모른다면 스포츠 뉴스의 ‘불계승!’이란 말에 갸우뚱 할 것이다.
대마불사는 경제 위기에 쓰러지는 기업들이 생길때마다 나온다.
대마불사라는 말이 없었으면 언론은 이 지루한 개념을 설명하느라 몇 줄을 더 썼을 것이다.
용어도 이러한다.
가로세로 19줄로 되어있는 바둑판에는 얼마나 많은 경우 수가 있으며, 또 얼마나 많은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궁금했다.
이것이 내가 책을 고른 첫 번째 이유이다.
두번째 이유는 저자 장석주.
직전 그의 책 <마흔의 서재>를 읽었다.
어땠냐고,
난 저자의 다음 책인 이 책을 골랐다.
답이 될까.
자, 목차를 볼까.
위기십결로 구성된 목차
목차는 명확하다.
바둑 둘 때 마음에 새겨야 할 10가지 교훈이라는 위기십결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대제목과 소제목을 보면 전체 흐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각 장이 하나의 이어진 이야기는 아니다.
한 장, 한 장 이야기를 모아만든 모자이크다.
각 이야기는 완전히 서로 개별적이지도,
완전히 서로 연결지도 않았다.
적당히 느슨하게 이어지며 전개된다.
1장 부득탐승 (不得貪勝)
: 이기려면 먼저 이기려는 마음을 버려라
2장 입계의완 (入界誼緩)
: 남이 선점한 영역으로 들어갈 때는
서두르지 마라
3장 공피고아(攻彼顧我)
: 상대를 공격할 때는 반드시 먼저
자신을 돌아보라
4장 기자쟁선 (棄子爭先)
: 작은 것은 버리고 선수를 잡아라
5장 사소취대 (捨小取大)
: 작은 것은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6장 봉위수기 (逢危須棄)
: 위기에 닥쳤을 때는 과감하게 버려라
7장 신물경속 (愼勿輕速)
: 돌을 놓을 때 경솔히 빨리 두지 말고
천천히 두라
8장 동수상응 (動須相應)
: 행마를 할 때는 모름지기 이쪽저쪽의
돌이 이어지고 호응하게 하라
9장 피강자보 (彼强自保)
: 상대가 강한 곳에서는 내 쪽의 돌을
잘 보살펴라
10장 세고취화 (勢孤取和)
: 내 세력이 약하면 싸움을 피하고
화평을 구하라
이 책은 어디에 둬야 하나
음식은 먹는 방법이 가지가지다.
마음의 양식인 책도 그러할 것이다.
어떤 책은 집중하여 첫 장 부터 마지막 장까지 내다름치듯 쭉 씹어 먹어야 하는 책이 있을 것이요.
어떤 책은 휴게실에 놓인 사탕바구니처럼 하나씩 꺼내먹는 책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사탕바구니처럼 읽어야 매력이다.
화장실이나 창가에 두고 지나다닐때 하나씩 보는 책이다.
라면 물 끓이는 시간 동안.
티비앤에서 극적인 장면에서 선전이 나올 때.
특히 무장해제할때 읽으면 그만이다.
이 책은 쭉 이어진 내용 보다는 돌 하나하나 놓듯.
한 수 한 수, 한 페이지 한 페이지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른 한 대청마루에서 돌 하나하나 내려 놓으면서 이야기 하듯 흘러간다.
무엇인가 결론이 있는 대화도 아니요.
그냥 바둑을 두다 서로 인생 얘기를 한 번 해보는 것이다.
그러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