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의 서재
장석주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선택의 이유 

마흔과 서재 둘 다 내가 가지게 될 것들이다.

하나는 시간이 필요하고 하나는 돈 까지 필요하다.

아직 마흔이 아니기에, 또 마흔이 아닌 사람은 내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있다.

미지의 여행지에 관한 여행책은 궁금하지만 미지의 나이대와 삶에 관한 책은 손이 안간다.

그 때 보지 뭐.

만약 저자가 시인, 소설가가 아니였다면, 물위에 떠있듯 지긋이 눈을 감은 사진이 아니였다면, 나 역시.

저자는 큐레이터 처럼 책 속에 전시한 책으로 마흔 향기를 맡게 해준다.

마흔의 갈 길을 보여 주고 알려 준다 보다는 이끌리게 하는 책이다.

킁킁.

바람 결에 향기가 실려오고 그 쪽으로 쫓아가게 하듯한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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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를 살펴보자 

목차 소제목 하나하나는 무슨 의미인 줄 알수 있다.

하지만 이 소제목을 묶는 네 개의 대 제목은 어떤 기준일까.

책속의 책을 소개하는 큐레이터는 어떤 기준으로 목차라는 서가에 책을 꽂았을까.

 

1장 마흔이란 인생의 한 페이지

2장 삶의 갈림길마다 책이 있다

3장 이전과는 다른 생이 기다린다

4장 넓어지고 말고, 깊어지는 삶은

 

찬찬히 살펴보면, 저자는 ‘마흔’을 다시 ‘하루의 시간 흐름’으로 본다.

1장은 마흔의 편안한 오후를 2장은 마흔의 저무는 저녁을.

3장은 마흔의 잠들기 직전 고독의 시간을, 마지막 장은 마흔의 또다른 희망찬 아침을 보이고자 한다.

 

1장에 들어가면, 불안할 수 있는 마흔들에게 위안을 준다.

아직 늦지 않았다, 초조해 지지 마라.

힘든 이십 대를 위한 자기계발서에 앞장에 나올 주제들인데, 왜 다르게 다가올까.

대충 속독을 하면 들어올 그런 뻔한 내용인데, 왜 속도가 안날까?

저자가 마흔이라서? 시인이라서?

어째든 ‘휴~’ 다행이다.

난 이 위로를 받을 나이가 아직 아니다.

이런 위로가 힘이 날 나이가 다가 오고 있지만.

그래도 난 ‘Leeway’가 있으니까.

 

인상깊은 구절 - '행복은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받아들이고 느낄 줄 아는 능력이다. 행복의 조건들은 극소화하고 불행의 조건들은 극대화하면서 사는 데 익숙하다'

 

2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흰토끼가 있다면 마흔의 나라엔 책이 있다.

갈림길마다 책은 안내한다.

소개 된 책을 보자면 두 가지 생각을 든다.

이런 좋은 책들을 다 읽었단 말야?

난 처음 본 책들인데.

그리고 제목을 아는 책들을 볼땐, 이 책이 이랬구나.

난 왜 안 읽어봤을까. 이렇게 좋은 내용이였구나.

딛고 있는 ‘거인의 어깨’의 질이 다르다.

반칙 아닌가.

난 마흔이 되어도 여전히 ‘깊이에의 강요’를 받을 것 같은데.

 

'왜 그토록 시간이 많은 젊은 날들에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고전들을 읽지 못하였는가.'

 

3장, 행복의 달성 조건을 낮추라 하는 듯 하다.

행복을 달성하려면 두 가지 아니겠는가.

충족하던가, 아니면 달성 조건을 낮추던가.

이삼십 대를 위한 자기 개발서는 말한다.

목표량을 충족할 수 있다, 희망을 가져라.

그대들은 아직 늦지 않았다.

좌절이 있지만, 그래도 아직 획득할 수 있다.

3장은 말한다.

행복 달성 조건을 이제는 낮출 수 있다.

나와 맞지 않는 높이에 있지 않았나.

꿈인가, 욕망인가.

내가 올려놓은 것인가, 타인이 나를 위로 올려줘서 올려놓은 선인가.

 

서로 사랑하라, 허나 사랑에 속박되지는 말라.

차라리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엔 출렁거리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우되 어느 한 편의 잔만을 마시지는 마라.

서로 저희의 빵을 주되, 어느 한 편의 빵만을 먹지는 마라.

함께 노래하면서 춤추며 즐거워하되, 그대들 각자는 고독하게 하라.

비록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외로운 기타 줄처럼.

칼릴 지브란 - <결혼에 대하여>

 

4장의 조언들은 아직 마흔이 아니라 선뜻 실천하지 않을 것 같다.

어려운 것은 없다.

단지, 아직은 안 할 것 같다.

몇 년 후에 다시 책을 펼쳐 보면,

그땐 하려나.

 

'그들은 강물이지만 범람하지 않았고 폭풍이었지만 나무 한 그루 다치게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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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만을 위한 책만은 아닌데 

인터넷 서점 검색창에 책 이름을 나이대로 검색해 본다.

10대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20대 나만의 무대를 세워라

인생 격차는 30대에 만들어진다

마흔의 서재

50대, 눈으로 꿈꾸고 가슴으로 잊어가며 산다

60대 이후엔 잘 안 보인다.

 

내 나이대에 벗어난 책은 보통 거들떠도 안 봤다.

딱 그 나이대가 아니면 쓸모 없을 것 같거든.

우연찮게 마흔의 서재를 읽게 되었다.

책을 덮으며.

‘음, 관심사와 고민은 나이와 상관없이 비슷하구나’

그만큼 고민의 주제 차이가 세대별로 비슷해진 것일 수도 있다.

험난한 세상은 20, 30대에겐 더 어른스러운 고민을 주었고, 40대는 젊은 시절 풀었어야 할 고민을 못 풀고 여전히 남아 있는 듯 하다.

 

저자는 서재 큐레이터 역할을 재대로 해준다.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맞는 책들을 잘 골라 적절히 배치 되었다.

잘 배치된 전시회는 지나왔던 복도에 걸린 그림들이 기억이 난다.

여러 책을 소개하다 보면 기억이 안날 법한데…

마흔의 서재 구성은 좋은 동선으로 구성된 전시회를 거닌 기분이였다.

 

더불어, 뻔한 메세도도 있었지만, 소설가가 이자 시인이 도란도란 얘기해주기에 다르게 다가온다.

언어가 도구이고, 그 도구가 불을 비추는 것이라 할때.

난 손에 작은 라이터 불빛으로 내 생각을 남에게 비추기 급급한데.

시인인 저자는 360도 사방을 비추는 언어 조명 세트를 가진 듯 하다.

그 뻔한 얘기들의 뒷 모습까지 다 볼 수 있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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