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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책 - 죽기 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책들에 대한 기록 ㅣ 지식여행자 2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언숙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내가 '요네하라 마리'를 알게 된 것은 몇 년 전 프라하 여행을 준비하면서
키워드 '프라하'로 검색했을 때 발견한, 제목만으로도 재기발랄한(?) '프라하의 소녀시대'라는
그녀의 저서를 마주했을 때였다.
읽으면서 알게 된 그녀의 독특한 이력, 일본인이면서 러시아 동시통역자로서
유년 시절을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수학했다는 이력이 흥미롭기도 했지만
'헤픈 미녀냐, 정숙한 추녀냐', '마녀의 한 다스' '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등 제목만으로도
유쾌한 그녀의 책들을 추가로 접하게 되면서 그녀의 열린 사고와 해박한 지식들,
그럼에도 그것들을 풀어내는 그녀의 필담은 지극히 담백하여서 읽는 내내 즐거웠던 기억이 있다.
이 '대단한 책' 은 방대한 분량때문에 (해설과 색인을 제외하고도 자그마치 656쪽이나
된다.) 사실, 다른 책들에게 독서의 기회를 박탈당하다.. 여름 휴가철을 맞이해 구입해 읽게
되었는데 생각 외로 진도가 빨라 놀라버렸다.
엄청난 분량에 비하면 잡지에 기고한 짧은 글들을 묶어 편찬한 것으로 순서에 연연할 것
없이 텍스트별로 골라서 읽을 수 있고, 이어지는 글들의 연역적 관계에 집중하지 않아도
되어서 시간에 쫓길 것 없이 느긋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달까.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본문 중에도 나오지만 그녀의 '바짝 마른 글쓰기'이다.
장황하지 않아 그 자체로 담백하고 명료한 그녀의 유쾌한 필담이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이 쯤에서 방대한 독서량을 자랑하며, 자신의 경험담뿐 아니라 유명 인사들을 통해
여러 방면의 책들을 추천했던 '정혜윤'이 떠올랐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추리였을지도.
다시 '대단한 책'으로 돌아와,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는 서문이 무척 인상적이어서
기록해두고 싶다.
'책은 인간의 분노나 슬픔, 공포, 놀라옴, 기쁨 등 다양한 감정을 흔들어 놓는 존재이지만,
내가 최고로 생각하는 감정은 언제나 바로 웃음이다. 웃음을 주는 저자가 가장 좋다.'
나 역시 이 생각에 백프로 동감한다.
마무리 지으며..
참고로, 이 책의 원제는 '완전히 제압당해 제기불능으로 만들 것 같은 대단한 책' 이라고 한다.
올 여름, 그녀가 추천하는 책들 (비록 일본 저자가 쓴 책들이 주를 차지해, 국내에 출판되지
않아 그녀의 독후감을 통해 간접 체험하는 것에 그칠지라도) 풍덩 빠져보는 것도
휴가철 바다에 빠지는 것 이상으로 청량함을 맛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