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졸업식 - 엄마가 되고 나서야 보이는 것들, 엄마를 보내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들
OH작가 지음 / 문학공감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졸업식은 늘 '끝과 시작'이 공존했다.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 졸업식

생각해 보면 내 인생에 있어서 4번의 졸업식을 보냈었다.

앨범 사진에 유치원 사진이 있는 걸로 봐선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유치원 졸업까지 합치면

총 5번의 졸업을 했으리라.

졸업식은 늘 마지막이자 또 다른 시작을 의미했다.

OH 해피 작가님의 《엄마 졸업식》이란 제목이 특히나 마음에 드는 건 상반된 이 두 가지,

'끝과 시작'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19살 꽃다운 나이에 날 나으셨는데, 어느덧 65살이 된 나의 엄마...

"어머, 엄마 맞아요? 이모 아니야?"

조금 더 과장이 심한 분을 만나면,

"어머!! 큰언니인 줄 알았어요."

나와는 취향이 많이 다른 엄마는 꾸미는 것 좋아하고 화려한 옷을 즐겨 입으셨다.

그런 엄마와 함께 외출할 때면 자주 이런 이야기들을 들었다.

젊은 엄마!

내가 아이를 낳아 아이를 봐 주실 때는

"어머! 할머니가 너무 젊으세요."라는 말을 자주 듣곤 했다.

젊은 할머니!

늘 젊은 엄마였기에 엄마가 늙어간다는 건 매우 낯선 일이었다.

그런 젊은 엄마가 작년부터 노령연금 수령 나이가 되었다.

그제서야 실감하게 되었다.

'아.... 우리 엄마도 늙는구나!"

아이를 맡길 때가 없으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엄마다.

엄마에게 전화하는 첫 번째 이유이기도 하다.

"엄마, 시간 돼?"

그러고 보니 엄마와 단둘이서 차 한 잔 마시며 수다를 떨어본 기억이 없다.

항상 엄마를 만난 건 내 필요에 의해서 였음을 《엄마 졸업식》을 읽고 깨닫게 되었다.

엄마와 마지막 여행을 갔던 건 3년 전 세부 여행이 마지막이었던 같다.

단 둘이서만이 아니라 우리 가족과 함께!

그때도 엄마는 가족끼리 가라며 싫다는 걸 억지로 끌고 갔었다.

생각해 보면,

저녁에 아이들을 엄마에게 맡기고 남편과 단둘이 밤 문화를 즐길 속셈이 없었다고 말 못 한다.

엄마는 별로 즐거워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엄마와 단둘이만 종종 여행을 가는 동생과는 달리 난 엄마와의 여행이 생각만 해도 낯간지럽고 불편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둘이 무슨 얘기 해? 하루도 아니고 3박 4일 동안이나?

내가 동생한테 물었던 질문이다.

무뚝뚝하기만 한 첫째인 나와는 달리 막내인 동생은 엄마랑 자주 여행도 가고 쇼핑도 한다.

그나마 동생이 엄마와 다니니까 나까지 뭐....

하는 생각으로 미뤄두었던 일을 올해는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늦기 전에...

후회하기 전에...

단 한 번도 묻지 않았다.

단 한 번도 궁금하지 않았다.

같은 여자로서 생각해 보면 참 불쌍한 인생을 살았던 엄마.

그런 엄마를 보면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늘 있었다.

이 소제목을 보고 깨달았다.

한 번도 엄마가 언제 가장 행복했는지 궁금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는 ( ) 때 가장 행복하다.'

나는 이 괄호 안을 채우려고 그렇게 고민하고 수없이 자문했던 이 질문,

아이들에게도 여러 차례 묻던 이 질문을 단 한 번도 엄마에게 묻지 않았다.

이번 어버이날에 엄마를 만나면 꼭 물어봐야겠다.

65년을 산 우리 엄마는 언제가 가장 행복했을까?

내가 모르는 엄마의 새로운 모습

그러고 보면 엄마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본 기억이 별로 없다.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살았는데도 말이다.

시집가지 전 30년을 함께 살았고,

시집가서도 5년을 함께 살았는데도 엄마에 대해, 엄마 인생에 대해 오롯이 대화를 나눠본 기억이 없다.

늘 내 위주였고,

내 관심사만 얘기하고, 엄마는 늘 듣고만 있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그러니 엄마는 함께 있었지만 외로우셨으리라.

어쩌면 그래서 엄마는 함께 있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니라고 말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겐 너무 힘든 일, 문. 안. 전. 화.

한 달에 한 번일까?

내가 전화하는 날이...

그보다 아버님이 먼저 전화 오시는 날이 더 많을 것이다.

어제도 전화 오셨다.

휴일인데 잘 들 있냐고.

그러면서도 단 한 번도 전화하지 않는다고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는 아버님이시다.

엄마는 아플 때조차도 전화하지 않으신다.

어차피 전화해봤자 아이들 때문에 오지도 못할 텐데 뭘 전화하냐고.

지난번 급체해서 응급실 실려가시기 일보 직전에도 내게 전화하지 않고 가까이 사시는 지인께 전화를 하셨다.

왜 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니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어색하기 때문이다.

매일 전화해서 뭐 할 말이 있나?

"식사하셨어요? 별일 없으시죠?" 하고 나면 그다음엔 별로 할 말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처음엔 어색하지만 습관이 되면 괜찮다는 말을 믿어봐야겠다.

사실 생각해보면

매일 만나는데 뭐 할 말이 있나 싶지만 오히려 매일 만나니까 더 공유할 이야기들이 더 많은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오랜만에 만나면 서로 안부만 물으면 그다음엔 어색한 시간이 흘렀다.

매일 안부전화는 좀 어려울 것 같고,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드려야겠다.

후회하기 전에...

그리워하기 전에 그리워하기

Memento Mori(모멘트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기억하며 산다면 그때의 그리움을 미리 느낄 수 있다면

현재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이 중요한지,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할지가 선명해진다.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살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그 사실을 가끔 기억해 낸다면 그리워하기 전에 그리워할 수 있을 것 같다.

후회 없는 이별을 위해

《엄마 졸업식》은 여전히 엄마가 내 곁에 있는 나에게

앞으로 언제까지 나와 함께 해 줄지 모르는 엄마에게,

그리고 시부모님들에게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나직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이야기해 준다.

받는데 익숙해진 내게

이제는 받은 걸 조금이나마 되돌려 드려야 할 때라고 차근차근, 그러나 선명하게 이야기해 준다.

마음 아픈 이별일지라도

적어도

후회하는 이별을 하진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진솔한 마음이 온전히 전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